2015년 도쿄에서 리니어주오신칸센 사업에 투입될 자기부상 열차 ‘엘제로(L0)’가 시험운전을 하고 있는 모습. 최고시속 600㎞ 이상 열차를 투입해 도쿄와 오사카를 1시간 남짓 만에 간다는 이 사업을 둘러싸고 건설사들이 짬짜미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검찰이 총사업비 9조엔(약 87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인 ‘리니어주오신칸센’ 사업에서 건설사들이 짬짜미를 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이 사업은 자기부상열차로 도쿄에서 500㎞ 이상 떨어져있는 오사카를 67분 만에 주파한다는 것으로, 아베 신조 정부의 ‘국가 성장 전략’ 중 하나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19일 ‘제네콘’(general construction)으로 불리는 거대 종합건설사들인 오바야시구미와 다이세이건설의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전날에도 가지마건설과 시미즈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4대 건설업체가 낙찰자를 미리 정하는 등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제네콘은 종합적인 건설 관리를 맡고 부분적인 공사는 하청을 주는 업체들이다. 리니어주오신칸센에 투입되는 자기부상열차는 시험운전에서 최고 시속 603㎞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로, 노선을 되도록 직선(linear)으로 만들어야 한다. 도쿄~나고야~오사카 노선을 직선화하려면 공사 구간의 90%를 지하화하거나 터널을 파야 한다. 2037년 최종 개통 목표인 이 사업은 공사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거대 건설회사가 아니면 참여가 쉽지 않고, 짬짜미를 저지르기가 비교적 쉬운 환경이었다. 리니어주오신칸센 사업 담당 철도회사인 도카이도신칸센은 지금까지 22건의 공사를 발주했는데, 4대 건설사가 약 70%를 따냈다. 이들이 낙찰받은 공사는 각각 3~4건씩으로 거의 균등해서 짬짜미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짙다.
오바야시구미가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을 피하려고 자진 신고를 하면서 혐의가 불거졌다. 이 업체는 나고야 구간 비상구 공사 입찰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낙찰자를 사전에 정한 사실을 실토했다. 일본은 독점금지법 위반 업체가 자진 신고를 하면 선착순 5개 업체에 과징금을 30~100% 감면해주고, 맨 처음 신고한 회사는 형사처벌도 유예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한국에도 자진 신고 업체의 처벌 감면 제도가 있다.
수사의 향방에 따라 아베 정권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니어주오신칸센은 민간 업체인 도카이도신칸센이 사업 주체이지만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건설사에 저리 융자를 해주는 등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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