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미 해병대 항공기지에서 미군 최신예 F-35B 스텔스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항공모함용 전투기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교도통신>과 <도쿄신문>은 25일 익명의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방위성이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헬리콥터 탑재형 호위함에서 운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B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F-35B 전투기가 탑재된 호위함은 사실상 항공모함으로 볼 수 있어 일본의 군비가 차원이 다른 단계로 진입한다고도 할 수 있다. 고정익 전투기를 탑재하는 항모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11척), 중국(2척), 이탈리아(2척), 러시아(1척), 프랑스(1척), 영국(1척), 인도(1척), 스페인(1척) 등이다.
<교도통신>은 항모용 전투기 도입은 ‘공격형 항모 보유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기존 정부 입장과도 상충된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전수방위(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하며, 그 행사는 최소한에 그침)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원거리 공격 수단인 항모를 운용하는 것은 전수방위 위반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이미 도입을 결정한 F-35A 전투기 42대 중 일부를 F-35B로 변경하거나 별도로 추가 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내년에 재검토할 ‘방위계획 대강’에도 이런 계획을 포함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F-35B는 항공자위대가 운용할 예정인 F-35A의 파생형으로 미 해병대에 배치된 기종이다. 항모보다 갑판이 짧은 강습상륙함에도 탑재할 수 있게 하려고 단거리 활주로 이륙과 수직 착륙 가능을 갖췄다.
일본 방위성은 F-35B를 도입하면 우선은 미야코, 이시가키, 요나구니 등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섬들에 대한 경계에 사용하고, 운용 범위를 점차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이 지역 공항 중 일부를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당 지역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F-35B 도입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일본은 장래엔 F-35B를 헬기를 탑재할 수 있는 대형 호위함 ‘이즈모’와 ‘가가’ 에서 운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투기가 이륙할 수 있는 ‘스키점프대’를 설치하는 등 두 대형 호위함을 개조해 경항공모함으로 운용하는 안을 고려 중인 것이다. 경항모는 배수량 1만~2만5000t급 안팎의 항모이며, 스키점프대처럼 앞쪽 끝부분이 솟아있는 갑판을 갖춘 경우가 많다. 미군이 보유한 대형 항모들의 경우 화약·증기·압축공기 등을 쓰는 ‘캐터펄트’(투석기·새총)로 항공기를 발진시킨다. 배수량이 1만9500t인 이즈모는 헬기 5대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호위함으로 경항모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일본 정부는 아예 전투기를 실을 수 있는 강습상륙함을 새로 건조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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