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 매장. <한겨레> 자료 사진
대표적 노동집약형 산업인 섬유·의류산업은 인건비에 민감하고, 자본주의 초기부터 산업화의 향도 역할을 해왔다. 최근 세계적 의류 업체들이 아프리카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면서 그런 역할을 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사장이 에티오피아에서 내년에 시험적으로 셔츠 등을 생산하고 이후 생산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26일 보도했다. 유니클로는 대표적 ‘패스트패션’(유행을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유통시키는 의류) 업체다.
유니클로 등 세계적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그동안 주로 중국과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옷을 만들어왔으나 최근 이 지역 임금이 오르자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에티오피아 노동자 임금은 아프리카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프리카 동부의 에티오피아는 유럽과도 가까워 수에즈운하를 통하면 운송 기간도 짧다. 유럽 의류 업체들은 튀니지와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옷도 납품받고 있다.
스웨덴 패스트패션 업체 에이치앤엠(H&M)은 이미 에티오피아 현지 생산 업체에서 의류를 납품받고 있다. 패스트패션 업체들에 대한 납품을 겨냥해 중국과 방글라데시 업체들도 에티오피아에 진출하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는 최근 중국 업체들이 에티오피아의 낮은 임금에 주목해 진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진출 업체가 최소 279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중국 의류 업체가 만든 에티오피아 현지 법인 제이피(JP)텍스타일의 사장인 양난은 <르몽드>에 “세계에서 이곳이 가장 임금이 쌀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노동자 평균 월급이 800달러 이상인 데 비해 제이피텍스타일의 노동자 월급은 35달러를 넘지 않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대기업이 나이지리아에 6억달러를 투자해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섬유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방글라데시 의류 업체 디비엘(DBL)은 지난해 스웨덴 정부 투자 펀드인 스웨드펀드의 투자를 받아 에티오피아에 4000명을 고용하는 공장을 짓기로 했다. 여기에서 만드는 옷은 오랜 거래처인 에이치앤엠에 납품할 예정이다.
아프리카의 공업 허브를 꿈꾸는 에티오피아 정부도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의류 업체들의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5% 정도인 에티오피아는 아직은 농업국가에 가깝다. 에티오피아에 의류 공장이 들어선 것은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부의 식민통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세계적 업체 진출이 본격화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에티오피아가 의류 공장 노동자 인권침해 문제를 안고 있는 방글라데시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는 에티오피아뿐 아니라 저임금에 의존하는 패스트패션 업체들의 옷을 생산하는 나라들의 전반적 문제다. 또 대규모 생산시설은 대부분 중국 등 외국 기업들이 설치하는 것이라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적 자본 축적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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