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중국 전역에서 한국 단체 관광객 규제에 나섰던 3월의 어느 날 서울 명동 거리의 풍경. 이전 같으면 한창 붐빌 시간인데도 거리가 한산하고 유커들이 많이 찾는 화장품가게도 텅 비어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이 연간 1억3000만명에 달하는 자국 해외여행객 유커를 ‘외교 무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당국이 단체 해외여행을 물밑에서 제한하는 방법을 사용해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중국의 연간 여행객이 일본 전체 인구에 필적하는 1억3000만명에 달하고, 세계 곳곳에서 싹쓸이 쇼핑으로 유명할 정도로 소비력도 크다는 점을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대표적 사례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 으로 중국이 한국에 취하고 있는 단체 여행객 제한을 들었다. 산둥성 칭다오시의 한 여행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이 신문에 “20일에 상사가 지역 관광국에 불려갔다. 한국 단체여행 판매를 금지한다는 지도를 받고 왔다”고 말했다. 문서로 공식적으로 지시를 내리지 않고 구두로만 지시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식을 쓴 것이다. 20일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 단체 여행 금지는) 듣지 못했다. 중국은 중-한 교류에 개방적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여행사의 전 간부는 “특정국에 대한 보복적 여행 금지는 국제 규범에 반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공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국에 대한 불만이 있기 때문에 수면 아래에서 지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 관련 부서의 판단이 아니라 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공산당 조직의 지도일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 사드 배치가 임박하자 중국 전역에서 여행사에 한국 단체 관광을 보내지 말도록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한-중 정부가 사드 문제를 ‘봉인’하는 데 합의하면서 베이징과 산둥성에서 한국행 단체 관광 제한이 풀렸지만, 최근 산둥성에서 다시 제한이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9월부터 랴오닝성, 산둥성, 충칭시에서 단체 관광 인원 제한에 들어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런 지역을 골라 규제하는 이유는 실효성 때문이다. 물밑에서 압력을 가해 여행객을 보내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단체 여행이다. 상하이나 광둥성처럼 개별 여행객이 많은 곳보다는 단체 여행객이 많은 곳이 효과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2011~2012년에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일본을 상대로, 2014년에는 ‘우산 시위’ 이후 홍콩을 상대로, 2016년에는 독립 지향성이 강한 민진당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만을 상대로 각각 관광객 제한 조처가 내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이 해외여행객 연인원 1억명을 넘긴 2012년부터 단체 여행을 외교 무기화하는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해외여행객의 연간 소비액은 약 30조엔(약 285조원)으로, 세계 전체 해외여행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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