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전자 공격기 ‘EA18G’.
일본이 전자파를 사용해 상대의 방공망과 통신망을 무력화하는 전자전용 공격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순항 미사일 도입, 대형 호위함 항모 개조 검토 등 잇따라 공격용 무기 구비를 일본이 검토하면서, 2차대전 패전 뒤 일본 정부의 기본 방침인 ‘전수방위’(상대방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하며, 그 행사는 필요 최소한에 그침)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미국 보잉사의 전자 공격기인 ‘EA18G’ 등을 여러 대 도입하는 방안을 2019~2023년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포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라울러’라고 불리는 ‘EA18G’ 는 다량의 전자파를 발사해 상대의 레이더를 파괴할 수 있으며, 미사일로 레이더를 직접 타격할 수도 있다. 일본 방위정비청에 따르면 전자 공격기의 사정거리는 수백 ㎞에 이르기 탡문에, 일본이 전자 공격기를 보유하면 공해 상에서 북한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중국군은 전자전을 담당하는 ‘전략지원부대’를 신설해 전자 공격기 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의 전자 공격기 도입은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도 있다. 일본은 전파 정보를 수집하는 측정기와 훈련기는 갖고 있지만, 공격기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적기지 공격 능력은 미국에 의존한다는 게 일본의 기본 방침이지만, 아베 정부의 최근 행보는 사실상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로 나가는 모양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지난달 8일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A에 탑재할 수 있는 사정거리 900㎞ 가량의 장거리 미사일 도입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최근에는 일본 방위성이 대형 호위함 ‘이즈모’를 경항공모함으로 개조하고, 함재기로 F-35B 도입 추진을 검토한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무기들이 모두 적기지 공격용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익명의 방위성 간부가 “어디까지지나 일본의 방위를 위해서”라며 전수방위 범위 안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상대국의 궤멸적 파괴 (공격 우려가)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공격 병기”라는 발언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거리 공격 무기 도입이 계속 현실화되면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로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전수방위 원칙까지 무너질 우려가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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