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후속 조처 기다려 입장 낼 듯
북핵 대응, 한·중·일 정상회담 고려 한국과 대립 피해
연초부터 “방위력 강화 힘쓸 것” 헌법 개정 의욕도 강조
북핵 대응, 한·중·일 정상회담 고려 한국과 대립 피해
연초부터 “방위력 강화 힘쓸 것” 헌법 개정 의욕도 강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새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위대 능력 강화와 개헌 뜻을 강조했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재협상 여부 등 후속 조처를 아직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한국 정부의 조처를 기다리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아베 총리가 이날 미에현 이세시에서 연 새해 기자회견에서 “기존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방위력 강화에 힘쓰겠다”며 올해 자위대 능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 첫 부분부터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전후 가장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에도 ‘기존의 연장선상이 아닌 방위력 강화’를 언급했는데, 북한 미사일기지를 선제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공격능력 보유를 본격 검토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아베 총리는 “올해야말로 헌법이 존재해야 할 모습을 국민에게 확실히 제시해 헌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한층 심화하는 1년으로 하고 싶다”며 헌법 개정 의욕도 거듭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 정부가 지난달 27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한-일 정부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뒤 아베 총리의 첫 공식 회견이었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아베 총리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베 총리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고, 기자들의 관련 질문도 아예 나오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보고서 발표 뒤 “일본 정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등의 관방 부장관의 발언이 나왔고, 아베 총리가 참모들에게 “위안부 합의는 1㎜도 안 움직인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데 비춰 이례적인 상황이다.
아베 총리의 침묵은 한국 정부가 아직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할지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조처를 기다려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북핵 대응이나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등을 두고 한국과 극한 대립을 하는 것은 일본에도 불리하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되도록 빨리 (일본에서) 열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 핵·미사일은 이제까지 없었던 중요하고 절박한 위협”이라며 “제재의 효과를 지켜보며 일-미, 일-미-한 연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미에현 이세신궁을 참배했다.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를 모시는 이세신궁은 일본 보수 세력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아베 총리는 2012년부터 해마다 이세신궁을 참배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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