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도쿄 지요다구 시세이회관 지하 1층에 개관한 ‘영토·주권 전시관’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패넬을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다.
“여러분 다케시마(독도)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17세기 에도 막부가 (일본 어부들에게) 강치(물갯과의 동물) 잡이를 허가하는 것 등을 통해서 영유권을 확립했습니다. 1905년 일본 정부는 각의결정(한국의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서 영유권을 재확인했습니다.”
25일 일본 정부가 도쿄에 개관한 ‘영토·주권 전시관’에 들어서자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영상물이 전시관에 설치된 텔레비전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영토·주권 전시관’은 독도와 센카쿠열도(일본명 댜오위다오)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선전하는 전시관이다.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상설전시관을 연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영토·주권 전시관’이 들어선 시세이회관은 도쿄 도심 한복판인 지요다구 히비야공원 입구에 있다. 히비야 공원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주 관광을 오는 곳으로, 인근에는 일왕의 거처인 ‘고쿄’와 일본 초중고생들이 수학여행 등으로 자주 견학을 오는 국회의사당이 있다.
다케바야시 도시유키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 기획관은 “이전에는 하루 동안 전시를 하는 것처럼 이벤트 형식으로는 했지만 상설 전시관은 없었다”며 “여러 곳에서 상설 전시관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지난해 정부 예산을 배정받아 문을 열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 섬들을 일본이 부르는 명칭)에 대해서는 홋카이도에 전시관이 있지만, 다케시마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상설전시관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시관 면적은 100㎡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와 독도 관련 내용이 대부분으로 일분에는 ‘북방영토’ 내용도 전시되어 있다. 한쪽에는 “왜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인가. 다케시마 문제 10개의 포인트’같은 제목의 선전 팜플렛도 쌓여있었다. 이 팜플렛에는 “주일 미군이 독도를 폭격 훈련 구역으로 지정했으며, 안용복에 대해서는 조선을 대표하는 인물도 아니었고 그가 한 말은 사실과도 다르다” 처럼, 한국의 독도 주권 근거를 반박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25일 도쿄 지요다구 시세이회관 지하 1층에 개관한 ‘영토·주권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영상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독도 전시가 시작되는 곳에는 독도 사진과 함꼐 일본어로 ‘다케시마(竹島)’ 그리고 한글로도 옆에 작은 글씨로 ‘다케시마’라고 써있었다. 사진에는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봐도 국제법상 명백히 일본 영토다”라고 적혀있었다. 옆에는 시마네현 사람이 독도에 가는 것을 에도막부에서 허락받은 증표가 있다며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표기했다는 1846년에 일본이 만든 고지도도 전시하고 있었다.
현대 독도 문제의 시발점이 된 전후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전후 일본 영토 처리에 대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당시 한국은 미국에 일본이 포기해야 할 지역으로 다케시마를 넣을 것을 요청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고 패넬을 통해서 전시하고 있다. 이 주장은 이른바 ‘러스크 서한’에 대한 내용이다. 딘 러스크 미 국무부 극동담당차관보는 1951년 일본과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체결하기 한달여 전 쯤 주미 한국대사에게 “독도, 다른 이름으로는 다케시마 혹은 리앙쿠르암으로 불리는 그 섬에 대한 우리 정보에 따르면, 통상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이 바윗덩어리는 한국의 일부로 취급된 적이 없다”라고 쓴 서한을 보냈다.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는 제주도와 거문도, 울릉도가 일본 영토에서 배제된다는 내용만이 담겼다. 미국은 이후 애매한 중립적 입장을 강조하면서 일본과 한국이 양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넘겨버렸다.
전시에는 1877년 메이지 시대 일본의 최고행정기관이었던 태정관이 에도 막부와 조선 정부 간 교섭(울릉도쟁계) 결과 “죽도 외 일도(一嶋·독도)는 일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을 내무성에 지시하는 ‘태정관지령’ 등 일본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사료는 전시하지 않고 있다. 전시 마지막 부분에는 “일본은 법과 대화에 의한 해결을 지향하고 있다”며 한국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의 패넬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를 지켜본 21살 대학생 쓰쿠이 유키는 “인터넷에 관련 기사가 난 것을 보고 찾아왔다. 한국은 영토문제에 대해서 열심히 주장하는 것 같은데 일본은 그렇지 않은 느낌이다. 서로 주장할 것은 확실히 주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 중에는 “한국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있었다.
25일 도쿄 지요다구 시세이회관 지하 1층에 개관한 ‘영토·주권 전시관’에서 일본은 독도 문제를 법과 대화로 해결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내용의 판넬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 자체는 일본이 그동안 해왔던 주장을 반복해온 것으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일본이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이 공세적으로 펼치고 있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 최근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지난 22일 정기국회 소집 때 한 외교 연설에서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에 대해 일본의 주장을 확실하게 전하고 끈질지게 대응하겠다”고 말하며, 일본의 보다 공격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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