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도쿄 오타구 오타구민홀에서 한-일 공동 뮤지컬 <어 커먼 비트> 공연이 열렸다. 커먼비트 제공
“곤니치와~! 안녕하세요~!”
지난 27일 일본 도쿄 오타구 오타구민홀에서 열린 한-일 공동 뮤지컬 <어 커먼 비트>(A Common Beat) 리허설. 출연자들은 한국어와 일본어 인사말로 발성 연습부터 시작했다. ‘커먼 비트’는 한국과 일본 시민이 각각 50여명씩 출연자로 참여해 만드는 한-일 공동 뮤지컬로, 도쿄 공연은 리허설 이튿날인 28일 오타구민홀에서 열렸다.
리허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연출을 맞은 한주선씨가 출연자들에게 “좀 더 넓게 퍼지라” “일단 일어섰으면 (어정쩡하게) 다시 앉지 말라”고 분주하게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 지시했다. 상업적 뮤지컬에서처럼 출연자들 동작이 서로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칼군무’는 아니지만, 출연자들은 유쾌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춤과 노래를 이어갔다.
프로듀서인 아다치 료는 “모든 말을 다 통역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습을 하다 보면 통역을 하지 않아도 서로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좋지 않지만 보통은 미디어로만 상대 나라를 접하는 사례가 많다”며 “공연 준비를 위해서 실제로 개인과 개인이 이름을 부르면서 접하면 달라진다”고 말했다.
‘커먼 비트’는 원래 서로 다른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빨강·노랑·초록·파랑인 가상의 4대륙 사람들이 서로 다른 대륙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가다가, 어느날 한 사람이 다른 대륙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주선씨는 2004년 이 프로젝트를 일본에서도 시작했고, 2014년까지 일본 전역을 돌면서 무대에 올렸다. 2015년부터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시민들이 50여명씩 모여서 연습해 양국에서 번갈아 공연하고 있다. 일본의 단체 커먼비트와 한국의 단체 ‘풀울림’이 공동으로 만들고 있다. 한-일 공동 공연은 올해로 세번째다. 컨설턴트, 소방관, 무용수, 주민센터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100일 동안 한달에 한번꼴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연습을 했다.
풀울림 공동대표이며 공연에도 출연한 조미수씨는 “(일본 국제교류단체인) 피스보트에서 12년간 일하면서 한-일 시민들이 함께하는 활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커먼비트에도 참여했다”며 “공연을 본 일본 시민들이 ‘한-일 시민들이 언어 등의 벽을 넘어 전달하는 평화와 상생의 메시지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감상을 들려줬다”고 말했다. 출연자와 스태프 외에도 많은 시민들이 ‘커먼 비트’에 도움을 주고 있다. 도쿄 공연을 위해서 159명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140만7000엔을 후원했다.
한국 공연은 새달 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한다. 풀울림 누리집(pullullim.modoo.at) 참조.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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