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소방관들이 홋카이도 삿포로 히가시구에 있는 생활보호대상자 자립 지원 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31일 발생한 불로 입소자 16명 중 최소 11명이 숨졌다. 삿포로/AP 연합뉴스
일본에서 주로 저소득 고령자들이 사는 시설에서 불이 나서 11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에서는 최근 이런 빈곤 노인들이 생활하는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은 31일 밤 11시40분께 홋카이도 삿포로시 히가시구에 있는 생활보호대상자 자립 지원 시설 ‘소셜 하임’에서 불이 나, 입소자 16명 중 남성 8명과 여성 3명이 숨졌다고 1일 전했다. 3층짜리 목조건물이 전소됐으며, 화재 원인은 조사중이다. 숨진 이들은 40대에서 80대로 추정된다고 <엔에이치케이>는 전했다.
이 건물은 지은지 50년된 공동주택으로 원래는 숙박 업소인 ‘료칸’으로 운영돼다가, 2004년부터 생활보호대상자 자립 지원 시설로 쓰여왔다. 임대료는 월 3만6000엔이었으며, 방은 한 사람씩 따로 쓰지만 화장실과 욕실, 부엌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형태였다. 새로운 주거지나 취직 자리를 찾기 전에 사람들이 임시로 입소하는 형태였다. 식사도 제공됐다. 이 시설은 ‘난모사서포트’라는 회사가 운영했는데, 회사 대표인 후지모토 노리요시는 “입소자들이 (국가에서 지원 받는) 생활보호비 등을 통해 임대료를 내는 형태로 운영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삿포로시에 따르면 입소자 16명 중 13명은 생활보호대상자였다. 건물에는 화재 경보장치는 있었지만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하숙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도 위법은 아니었다. 낮에는 관리 업무를 하는 직원이 있었지만, 밤에는 입소자들만 남겨졌다. 화재 발생 뒤 건물 안에서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렸지만, 결국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의지할 곳 없는 가난한 노인들이 낡고 허술한 시설에서 지내다가 참변을 당하는 일은 일본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2013년 나가사키에서는 치매를 앓고 있는 이들이 살던 그룹 홈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졌다. 2015년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있는 간이 숙박시설에서 불이 나서 11명이 숨졌다. 이 시설 입소자 대부분은 생활보호 대상자로 60살 이상이 많았다. 지난해 5월에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기타큐슈시 아파트에서 불이 나서, 50대에서 80대 남성 6명이 숨졌다. 이번에 참변이 일어난 ‘소셜하임’처럼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시설은 일본 전국에 등록된 곳만 500곳이 넘는다. 등록을 안 한 곳까지 합치면 전국적으로 1200곳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화재가 일어난 공동주택 운영회사도 가입되어 있는 비영리단체(NPO) ‘홈리스지원전국네트워크’의 오쿠다 도모시 이사장은 <엔에이치케이>에 “간호 필요성이나 장애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복지시설에 못들어가는 고령자가 많다. 의지할 데 없는 고령자들이 보증금이 필요없는 저소득자 겨냥 공동주택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공동주택은 운영 자금이 부족해 스프링클러 등 설치를 의무화하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 의지할 데 없는 고령자가 갈 데가 없어진다. 규제를 엄격하게 하려면, 운영비용을 공적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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