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보행 보조 로봇 RT1 작동이 시연되고 있다. 내리막길에서 손을 떼도 센서가 작동해서 보행 보조 로봇은 멈춘다.
“보세요. 내리막길에서도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리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습니다.”
2일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일본 국립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로봇 이노베이션 연구센터 히루카와 히로히사 센터장이 혼다의 보행 보조 로봇 아르티1(RT1)를 작동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아르티1’은 겉으로 보기에는 다리 힘이 부족한 고령자들이 보행 보조용으로 쓰는 핸드 카트와 비슷하게 보였다. 실제로 아르티1은 전동 기능이 추가된 고령자 보행 보조 장치다. 다만, 센서와 브레이크가 달려 있어서, 오르막길에서는 자동으로 동력을 추가하고 내리막길에서는 감속하거나 정지하는 기능이 있다.
히루카와 센터장은 개호(돌봄) 로봇이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최첨단 로봇이 아니라고 말한다. “개호 로봇은 하이 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가 아니라 로우 테크놀로지(low technology)다”라며 “너무 비싼 로봇은 개호 현장에서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인간 모양의 로봇)도 현재로서는 쓸모가 없다. 휴머노이드가 고령자를 안아서 이동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복잡해서 구현할 수 없다”며 “일본은 개호 로봇을 활용하는 유일한 나라이지만 일본이 유일한 기술을 갖고 있지는 않다. 기존 기술을 응용해서 개호 로봇을 실제로 만들고 있을 뿐이다. 다만 산업적으로는 개발도상국에 추월당할 수 있기 때문에 추후에는 하이 테크놀로지로 이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르티1은 의료보험이 적용될 때 대당 가격이 11만엔선(약 110만원) 남짓으로 지금까지 1만여대가 팔려 상업적으로 비교적 성공한 로봇이다.
2일 일본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이동 보조 로봇 ‘허그’의 작동이 시연되고 있다. 이 로봇은 고령자의 몸을 떠받쳐서 화장실이나 휠체어로 이동시키는 로봇이다.
히루카와 센터장이 두번째로 소개한 로봇은 후지기공이 제작한 ‘허그’였다. 이 로봇은 걷지 못하는 고령자가 화장실에 가거나 휠체어를 타기 위해 이동할 때 쓰는 장치다. 고령자가 앉아 있으면 로봇이 고령자의 몸을 지탱해 이동시킨다. 고령자의 몸을 들어올리는 데 몇분 걸릴 정도로 느리지만, 고령자를 돌보는 사람이 힘을 쓸 필요가 없다. 일본에서는 이밖에도 입으면 30㎏ 가량의 힘을 추가로 낼 수 있는 ‘머슬 슈트’ 등이 개발되어 있다. 일본은 민관 합동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연간 20~25억엔을 투자해, 개호 로봇을 개발해왔다. 이 프로젝트에는 98개사가 참여했다.
일본이 개호 로봇 개발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심각한 고령화와 돌봄 인력 부족이 있다. 일본에서 개호가 필요한 인구는 최근 600만명을 넘어섰지만, 인력은 점점 부족해져서 2025년에는 개호 노동자 37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일본 후생노동성은 예상한다.
개호 업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고 인력도 부족하다 보니, 노인복지시설에서 참변도 간혹 일어난다. 지난해 11월에는 양로원에서 25살 남성 직원이 80대 노인을 욕조 물 속에 넣어서 익사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로 체포된 직원은 “노인이 이불을 자주 더럽혀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대해서 보수적인 편이지만, 외국인 개호 인력 유입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 정부는 일본에서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개호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유학생은 개호 현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지금까지 건설과 농업 같은 분야에만 허용되었던 외국인기능실습생 제도에 개호 분야도 포함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했다. 일본 정부는 3년간 베트남에서 3만명 등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인력 유입을 추진하고 있다.
도쿄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실버윙’은 이동 보조 로봇 등 개호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설로 유명하다. 실버윙 대표인 이시카와 기미야는 로봇 활용 이유에 대해서 “개호 업무 종사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사카와 대표는 “(고령자 이동 등) 사람 힘만으로 하기 힘든 업무들이 많다. 그런 일들에 로봇을 활용한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호 업무를 하는 직원 숫자를 줄일 수는 없다. 로봇은 사람에게 가는 업무 부담을 줄이는 보조적 존재다. 인력 자체를 줄이는 것은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