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아키히토 일왕의 손녀인 마코(오른쪽) 공주가 고무로 게이(왼쪽)와 약혼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을 때의 모습.AFP 연합뉴스
대학교 동창과 결혼 계획을 발표했던 일본 공주가 이례적인 이유로 결혼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의 손녀인 마코(26) 공주는 준비 시간 부족을 이유로 올해 가을 예정되어 있던 결혼식을 2020년으로 연기한다고 6일 발표했다. 일본에서 왕족이 그동안 결혼을 연기했던 이유는 자연재해 발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마코 공주가 준비 시간 부족을 이유로 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마코 공주는 6일 궁내청을 통해서 발표한 문서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결혼에 관한 여러 행사와 결혼 뒤 생활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각자의 부모와 상담하면서 준비를 해왔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 예정되어 있는 가을의 결혼까지 할 모든 행사와 결혼 후 생활에 대해서 충분한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떤 준비를 위한 시간이 부족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마코 공주는 아키히토 일왕의 차남인 후미히토의 큰 딸이다. 지난해 9월 국제기독교대 동급생인 고무로 게이(26)와 결혼한다고 발표해,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황실전범’에는 여성이 결혼을 할 경우에는 왕족 신분에서 벗어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왕족 남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마코 공주의 약혼 발표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여성도 왕위 계승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마코 공주는 올해 3월 예물 교환 의식을 하고 11월에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황실에 있어서 중요한 의식이 막힘없이 진행된 뒤인 내후년으로 (결혼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위가 예정되어 있다.
일본 궁내청은 마코 공주의 결혼 자체에 대한 의사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주간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마코 공주의 결혼 상대인 고무로의 어머니에게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무로의 어머니가 지인에게 400만엔을 빌려서 갚지 않고 있다는 내용 등 이었다. 궁내청 간부는 “결혼 연기와 주간지 보도는 관계가 없다”며 “(주간지 보도 내용은) 고무로 집안의 일로 우리가 말할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일본 왕족이 결혼을 연기했던 대표적 사례로는 히로히토 일왕이 1923년 간토(관동)대지진 발생으로 결혼을 미뤘던 일이다. 마코 공주도 지난해 봄 규슈 폭우로 약혼 발표를 2개월간 연기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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