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신화 연합뉴스
‘아베노믹스’의 얼굴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연임시키기로 일본 정부가 방침을 굳혔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대규모 금융완화를 앞세운 ‘아베노믹스’를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부가 오는 4월8일 임기가 만료된 구로다 총재 연임안을 이번달 안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10일 전했다. 국회에서 이 인사안이 통과되면 구로다 총재는 1961년 이후 57년만에 처음으로 연임되는 일본은행 총재가 된다.
옛 대장성 출신인 구로다 총재는 아베 정권 발족 석달 뒤인 2013년 3월 일본은행 총재로 취임했다. 같은 해 4월 “2년 정도 안에 물가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실시했다. 이듬해인 2014년 추가 완화정책을 실시했고, 지난 2016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도입했다. 구로다 총재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뼈대는 시장에 막대한 양의 돈을 뿌려서 일본을 오랜 디플레이션(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상태에서 탈출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1차 정권 때 경험 부족, 이념적으로만 치우친 정책 탓에 1년도 안돼 총리에서 물러났던 아베 총리는 2012년말 재집권 뒤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정책을 지속하지만 경제적으로 아베노믹스를 전면에 내세워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을 이어가는 배경엔 이런 경제적 성과가 있다. 일본의 경기 확장은 1960년대 후반 고도성장기인 ‘이자나기 경기’(4년9개월)를 뛰어넘어, 패전 뒤 2번째로 긴 경기확장 국면이다. 실업률은 지난해 2.8%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국회 답변에서 “구로다 총재의 수완을 신뢰한다”고 말해 연임을 내비쳤다.
일본에서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구로다 총재가 2013년 공약으로 내걸었던 “2년 안 2% 물가상승률 달성“은 5년 가량 지난 지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규모 긍융완화를 통해서 일본은행이 사들인 국채와 상장지수펀드(ETF)가 막대한 양이라서, 일본은행의 정책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전례없이 커졌다. 정책 전환에 따른 위험성이 커졌다. 미국이 지난 2014년말 양적완화를 끝내고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면서, 일본에서도 일본은행이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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