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고물품 거래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메루카리’. 메루카리 누리집 갈무리
일본에서 중고물품 거래 규모 시장이 약 26조원 규모까지 커지며 급성장하고 있다. 중고 시장 성장 배경엔 새 물건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젊은이들의 소비 의식 변화가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에서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의류와 가전제품 거래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며, 2016년 기준 경제산업성 추정 중고물품 거래 시장 규모(중고차와 중고 오토바이 제외)가 2조6201억엔(약 26조2800억원)에 달한다고 11일 전했다.
중고 물품 거래 증가의 직접적인 계기는 2012년 중고물품 거래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이었다. 중고물품 거래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 값을 제시하고 그 가격에 사겠다는 이가 있으면 바로 거래가 성사된다. 이전에도 있던 인터넷 경매 사이트들은 매도인이 매수인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구조라서, 거래에 시간이 걸리고 복잡했다. 도쿄에 사는 27살 회사원 사카이 아이는 옷이나 신발 등 평소 쓰는 물건 대부분을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 ‘메루카리’를 통해서 구입한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4년동안 거래한 물건이 3000건이 넘는데, 사카이는 “(중고) 품질이 새 물건과 다르지 않다면 조금이라도 싼 중고를 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새 물건을 살 때도 메루카리에서 중고는 얼마에 거래되는지를 살펴보고,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 물건을 산다고 했다.
중고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노동자 임금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베노믹스’로 최근 일본 경제는 전후 두번째로 긴 경기확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실업률은 2.8%로 23년만에 2%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향후 경기 불확실성을 우려한 기업들은 임금인상에는 소극적이다. 후생노동성이 세금과 사회보장비를 빼기 전의 급여액을 조사한 ‘현금급여총액’ 추이를 보면 2009년 -3.9% 감소 등 2013년까지 감소세다. 2014년 0.4%, 2015년 0.1%, 2016년 0.5%로 최근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세는 미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지갑을 열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아직 강해, 중고물품 거래 선호도도 커지고 있다. 니시무라 나오즈미 일본경제대학 교수는 “소비자들이 그때 그때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새 물건을 고집하지 않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젊은이들의 중고물품 거래의 중심은 의류이기 때문에, 백화점과 의류업계는 중고 거래 증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의류 매출은 전성기인 1991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중고물품 거래가 간편해지면서 도난품 거래 같은 불법행위도 증가했다. 지난해 메루카리에서는 4만엔짜리 지폐를 4만7000엔에 판매한 일이 있었다. 현금이 액면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대금 지급을 카드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이 돈을 융통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가 되자 메루카리는 이후 현금 거래를 중지시켰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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