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방사능안전급식연대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을 위한 충북사람들이 지난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수산물 수입 반대와 단체급식에 대한 방사능 기준치를 새로 만들것을 요구했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한국이 패소했다. 한국 정부는 상소해 다투겠다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는 22일(현지시각) 한국이 방사능 누출을 이유로 후쿠시마와 그 주변 등 8개 현에서 나오는 수산물 28개 품목을 포괄적으로 수입 금지한 것은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배된다는 분쟁 해결 패널 보고서(1심 판결에 해당)를 발표했다. 일본은 2015년 5월 한국이 일본 수산물에 차별적 조처를 한다며, 가다랑어와 꽁치 등 수출 가능성이 높은 28개 품목의 수입 금지를 풀라며 제소했다.
세계무역기구는 한국이 2011년 원전 사고 직후 수입 금지를 한 것은 정당했다고 인정했지만, 시간이 지나 검출 방사능이 줄어들었는데도 이를 유지하는 것은 “필요 이상의 무역제한 조처”라고 밝혔다.
일본이 수입 금지가 부당하며 소송을 낸 대상은 한국이 유일하다. 비슷한 조처를 취한 나라는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대만, 필리핀, 러시아 등이 있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 소송 결과를 근거로 다른 나라들과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원전 상황이 지속중이며, 먹거리 안전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번 판정은 문제가 있다. 상소를 제기해 다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입 금지는 분쟁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상소는 60일 안에 제기할 수 있으며, 최종 판정은 그로부터 원칙적으로 90일 안에 도출된다. 당사국은 최종 판정을 이행해야 하지만, 즉시 이행이 어려우면 합리적 이행 기간(최대 15개월)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수입·유통 단계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등 다각적 대책을 통해 어떤 경우라도 방사능 오염 식품이 식탁에 올라오는 일이 없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최종 패소해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수입되더라도, 방사능 세슘 기준치의 경우 국내산 및 다른 국가산(1㎏ 370베크렐)에 비해 일본산은 훨씬 강화된 기준(100베크렐)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분쟁 패널 보고서는 일본이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2015년 5월 당시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가 갑자기 활동을 중단한 사실을 패소 근거의 하나로 지목했다. 식약처가 구성한 이 위원회가 활동을 중단한 것은 세계무역기구 규정상 ‘안전 위험성에 대한 지속적이고 충분한 재평가 활동’을 이행하지 않은 근거라는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는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제소가 활동 중단 사유’라고 밝혔는데, 납득할 수 없다”며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우리가 뒤늦게 가입하려고 시도하던 때였는데 가입 동의를 일본에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활동 중단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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