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총격을 받은 일본 도쿄 지요다구 조선총련 중앙본부 정문. 정문 뒤로 경찰 차량이 보인다.
“총알이 문을 맞고 파편이 튄 것으로 보입니다.”
23일 오후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재일본조선인총련연합회(조선총련) 중앙본부 앞 정문에서 조선오 조선총련 국제통일국장이 정문 근처 바닥에 난 흠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날 새벽 3시50분께 조선총련 중앙본부 앞에 자동차를 타고 나타난 남성 2명이 건물을 향해 권총 여러 발을 발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당시 건물에는 당직자들이 있었다. 총격범들은 근처에서 경계를 하고 있던 경찰에게 건조물손괴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요코하마에 사는 46살·56살 남성으로 한 명은 운전을 하고 다른 한 명이 조수석에서 총을 쐈다. 운전자는 지난해까지 우익 단체에서 활동한 인물로 알려졌다.
23일 총격 공격을 받은 일본 도쿄 지요다구 조선총련 중앙본부 건물.
조선총련 남승우 부의장은 오후에 연 기자회견에서 “우익들이 몰려와서 ‘조선인은 돌아가라’ 같은 구호를 외치는 일은 흔했지만, 총을 쏜 것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비열한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남 부의장은 우익들이 건물 앞에 와서는 조선총련뿐 아니라 한반도 출신 전체에 대해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했다. 조선총련은 1983년에도 옛 중앙본부 건물이 총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이후 35년 동안 총까지 사용한 공격은 없었다.
조선총련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북한 위협 강조와 사회적 배외주의 강화 속에 총련은 공격해도 괜찮다는 식의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기사들에 달린 댓글에는 “기분은 이해한다”, “자작극 아니냐”라는 식의 글이 적지 않다. 남 부의장은 “이번 사건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총련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