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군 공군기가 연료탱크를 떨어뜨린 아오모리현 오가와라호수. 61.98㎢ 면적의 이 호수는 ‘시지미’ 주요 산지로 유명하다.
일본 자위대가 주일미군 사고 뒤처리를 떠맡고 비용까지 대고 있어, 치외법권적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지난달 20일 아오모리현 미사와기지에서 발진한 미국 공군기 F16이 이륙 직후 기체 이상을 일으키면서 근처 오가와라 호수에 보조연료탱크 2개를 떨어뜨리면서 시작됐다. 미군은 매뉴얼에 따라 기체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연료탱크를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떨어진 연료탱크가 부서지면서 기름이 흘러나왔다.
지역 당국은 미군에 연료탱크 회수를 요구했으나, 미군은 회수 능력이 없다며 거부했다. 대신 일본 정부가 해상자위대를 출동시켜 연료탱크와 파편을 회수하고 있다. 비용도 일본이 부담한다. 방위성은 “자위대 출동은 재해대책기본법에 근거를 두는데, 이 법에 미군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 지역 어민협동조합은 사고 뒤 수산물 오염 우려로 조업 중단 조처를 취했다. 어민들은 호수의 특산품 조개인 ‘시지미’를 채취하지 못해 수입이 끊겼지만, 미군에서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배상은 미군의 행위와 피해의 인과관계가 입증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방위성 간부는 “(연료탱크에서) 유출된 연료는 휘발성이 강하다. 조업 중단 필요성과 이에 따른 손해를 미군이 인정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4일 전했다. 미군은 1992년에도 오가와라 호수에 연료탱크를 떨어뜨린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배상금 대신 위로금 800만엔을 건네고 지역 하역장 정비 비용 중 8000만엔을 보조하는 선에서 사고를 마무리했다.
일본 정부가 미군이 일으킨 사고를 대신 처리하면서 돈까지 대는 이유에 대해서 익명을 요구한 방위성 간부는 “일-미안보조약에 따라 미군이 일본 방위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안보 의존의 대가라는 얘기다.
주민들은 “(주일미군이 자주 사고를 일으키는 곳에 사는) 오키나와인들이 분노하는 마음을 알겠다”고 말하고 있다. 군사 문제를 다루는 언론인인 후세 유진은 “일-미 주둔군지위협장과 정부의 저자세가 치외법권적 상황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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