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북-미 정상회담 발표에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이런 변화를 평가한다”며 환영 입장을 내놨다.
고노 외상은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는 “일-미-한이 긴밀히 연계한 최대한의 압력의 성과”라며 “앞으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핵·미사일 포기를 실현할 때까지 최대한의 압력을 계속해가겠다”고 말했다.
‘최대의 압력’을 계속 얘기하면서도 한국 정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한 것은 얼마 전까지 아베 총리 등이 “북한의 미소 외교에 현혹되지 말라”며 훈수를 두던 것에서 크게 변화한 것이다. 일본은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관계 해빙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등의 방남에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나타내 왔다. 고노 외상은 태도가 급변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까지는 그런 겉시늉조차 보이지 않던 북한이 제제의 영향으로 그런 말을 꺼냈다는 것은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합의되면서 더는 흐름을 외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내에서는 회담 국면에 끼지 못해 ‘재팬 패싱’이 일어나면 일본인 납북자나 북한 핵·미사일 사거리 문제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자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만 집중하고 일본을 사정권으로 둔 미사일 문제는 소홀히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백악관 발표 직후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 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변화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4월에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한층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방미 때 대북 제재와 압박을 쉽게 풀지 말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핵·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폐기를 위해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때까지 최대한 압력을 가해 나간다는 미-일의 입장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또 “미-일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100% 함께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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