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일본의 대표적 농민 저항 운동인 ‘산리즈카 투쟁’의 무대였던 나리타공항에 제3활주로 건설이 결정됐다. 1978년 개항한 지바현 나리타공항은 원래는 3개 활주로 건설 계획이 추진됐으나, 격렬한 저항 운동 때문에 그동안 2개 활주로로만 운영돼 왔다.
일본 정부와 나리타국제공항회사(NAA), 지바현, 공항 주변 9개 지역으로 구성된 ‘4자 협의회’는 13일 나리타공항 제3활주로를 10년 뒤에 완성한다는 계획을 결정했다. 나리타공항에는 현재 길이 4000m인 A활주로와 2500m짜리 B활주로가 있다. 기존 두 개 활주로에 평행하는 형태로 3500m C활주로를 새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B활주로는 길이를 1000m 연장할 계획이다. 활주로 운영 시간도 현재는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17시간인데, 새로 건설하는 활주로는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19시간 운영할 계획이다. 활주로 운영 시간 연장은 나리타공항 1978년 개항 이래 처음이다.
나리타공항은 건설 뒤 50년이 지난 지금도 공항 반대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일본 정부는 1960년대 고도 경제 성장으로 도쿄의 관문인 하네다공항만으로는 항공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보고 지바현 농촌 마을인 산리즈카를 공항 부지로 결정했다. 산리즈카 마을은 메이지 일왕 때 만든 왕실 고료 목장이 있던 곳으로, 2차대전 직후 농지 해방 정책으로 땅을 얻은 농민들이 정착한 경우가 많았다.
일본 정부는 일본의 근대화와 국제화를 위해서라며 농민들의 희생을 정당화했고, 농민들은 저항했다. 시민들도 농민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1971년 9월에는 경찰 기동대 5000명이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농민·학생들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 3명이 숨졌다. 2주 뒤에는 지역 농민 1명이 자살했다. 1995년 사회당 출신으로 총리에 오른 무라야마 도미이치는 일본 정부를 대표해 공항 건설 과정에 대해 사과했다. 나리타공항은 원래 1970년 개항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예정보다 8년 늦게 개항했다. 두번째 활주로가 만들어진 것도 2002년이고 길이가 짧아서 잠정 활주로로 불렸다.
산리즈카 투쟁을 다룬 만화 <우리 마을 이야기>(오제 아키라, 길찾기)의 한 부분.
지자체가 나리타공항 제3활주로 건설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인구 감소가 있다. 지역 진흥책 재원을 나리타국제공항회사에서 받는데, 활주로 건설에 따라서 이 돈이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항 이용객 증가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기대한다.
하지만 나리타공항의 경쟁력이 활주로 추가 건설에 따라서 어느 정도까지 높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리타공항은 한국의 인천공항, 중국과 싱가포르 국제공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 공항이 24시간 운영되고 시설을 확충하면서 나리타공항은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나리타공항 건설 때 당초 계획은 국제선은 나리타, 국내선은 하네다였으나 이 구도도 깨졌다. 하네다공항은 2010년 이후 국제선을 계속 늘리면서 국제공항화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