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회관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아베 내각 퇴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옆나라 한국에선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갔습니다. 아베 총리도 감옥에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19일 저녁 빗줄기가 조금씩 흩날리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 국회 중의원회관 앞 보도에서 열린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항의 집회’에서 발언자로 나선 한 남성이 외치자, 시민들이 “그렇다” “그 말 그대로다”며 호응했다. “아베 총리를 감옥에 보내자“는 발언은 최근 몇년간 아베 정권 반대 시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과격한’ 주장에 속한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서는 상당수 시민들이 “아베를 감옥으로” 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아베 총리가 감옥에 갇힌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들고 있는 시민도 있었는데, “멋진 사진”이라고 말하며 지나가는 이도 있었다.
이날 중의원 회관 보도 앞을 막은 시민 1000여명은 “아베 내각 총퇴진” “분노, 아베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사임만으로 끝낼 수 없다” “물러나야 할 것은 아베” 같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모리토모학원이 소학교를 설립한다며 국유지를 정부 감정가의 14% 가격에 사들인 오사카 도요나카시 기무라 마코토 시의원은 “이제 정말 지겹다. 안보법제 (강행) 통과 때도 헌법학자들이 모두 위헌이라고 했는데, 아베 총리는 내가 괜찮다면 괜찮다는 식이었다. 1분 아니 1초라도 빨리 (아베 총리는) 물러나라. 지금 당장 물러나라”고 목소릴 높였다.
19일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회관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아베 내각 퇴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헌법 수호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라쿠고가(만담가)라고 자신을 밝힌 여성은 “아소 부총리가 그만둔다고 해도 아베 총리가 남으면 말이 안된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상사가 책임을 지는 게 일본의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모리토모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한 부처인 재무성의 수장이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기 때문에, 아베 내각이 아소 부총리 사임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도 있다는 시각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의원이 연단에 올라서 “아베 정부는 1년 이상 국회를 속여왔다. 이런 거짓말쟁이 정부는 그만두게 만들어야 한다. 아베 총리는 물러나라”고 말하자, 시민들이 박수를 쳤다.
국회 정문 건너편 길 한쪽에서도 시민 수십명이 모여서 “물러나 아베, 내각 총사퇴”라고 적은 팻말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베 총리가 있는 세상은 싫어요”라고 엔카 리듬을 실은 노래를 불렀다.
앞서 18일에는 도쿄 신주쿠와 오사카 등 전국 각지에서 아베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는 등 성난 민심의 외침이 이어지고 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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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도쿄 지요다구 국회의사당 정문 건너편에서 시민들이 아베 총리 물러가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