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과대학의 신주쿠 캠퍼스의 모습. 이 대학은 2016년 캠퍼스 일부를 사이타마현에서 신주쿠로 옮겼다. 도쿄이과대학 누리집 갈무리
대학교도 입지가 우선?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경영난을 겪는 일본 수도권 사립대들이 외곽에 있던 캠퍼스를 도쿄도 내 비교적 중심지인 23개 특별구 안으로 옮기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전했다. 도쿄도의 전체 면적은 2188㎢로 서울시 면적 605.21㎢의 3배가 넘는데, 23개 특별구가 비교적 중심지에 속하고 23개 특별구 밖에 도쿄도에 속한 시들이 있다.
도쿄국제대학은 도쿄도 북쪽에 인접한 사이타마현의 가와고에시에 위치한 캠퍼스 일부를 2023년에 도쿄도 도시마구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학교 구라타 노부야스 이사장은 “가와고에시에서는 교수 특히 외국인 교수를 모으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수 뿐 아니라 유학생 유치도 목적의 하나다. 도시마구 캠퍼스 정원은 약 3500명인데 이 중 2000명은 유학생이 차지할 전망이다. 오비린대학은 도쿄도 마치다시에 있던 캠퍼스를 내년에 23개 특별구 내인 신주쿠구로 옮길 예정이다. 주오대학도 “기업에 근무하는 동창 선배들과 교류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도쿄도 하치오지시에 있는 법학부를 분쿄구로 2022년에 옮길 예정이다.
일본 사립대들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캠퍼스를 도심지로 옮기는 핵심적 이유는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캠퍼스가 있어야 학생 모집이 더 잘되기 때문이다. 캠퍼스가 도심에 있으면 직장인들의 세미나 장소로 대여가 잘 되기 때문에, 부수적 수익도 올리기 쉽다. 실제로 ‘가와이주쿠’라는 일본 재수학원 자료에 따르면 도요대학 국제지역학부는 군마현에서 도쿄 분쿄구로 캠퍼스를 옮긴 해인 2009년 전년보다 지원자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츠마여자대학도 사이타마현과 도쿄도 다마시에 있던 캠퍼스를 도쿄 도심 3구 중 1곳인 지요다구로 옮기자, 지난해 사회정보학부 지원자 수가 2015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 사립대들은 수험생 감소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대학 진학 연령인 18살 인구는 1992년 205만명을 기점으로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가 2009년에 120만명 전후로 정체됐고, 올해부터는 다시 하락세가 심화될 것으로 보여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 ‘2018년 문제’라는 말이 돌고 있다. 반면 1992년 약 380개였던 4년제 사립대는 규제 완화 때문에 2016년 기준으로 약 600개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정부가 사립대 경영을 지원하려고 만든 ‘일본사립학교진흥·공제단’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적자 경영을 한 사립대가 전체의 39%로 2000년에 견줘 갑절 이상 늘었다. 사립대의 도심 회귀 현상의 계기는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규제 완화였는데, 학생 수 감소가 심화되면서 최근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수도권 사립대들의 캠퍼스 도심 회귀 현상은 지방대 경영난을 더욱 부채질 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월 도쿄도 23구 안에 있는 대학은 원칙적으로 정원 증가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들은 정부의 방침에 강력하게 반대하지는 못하지만 속내가 복잡하다. 오비린대학의 하타야마 히로아키 교수는 “젊은이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 (정부가) 단순히 규제에만 매진하면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입지보다 교육 내용 자체 개선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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