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누리집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미국 고위 관리들에게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포기와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약속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미국을 방문한 고노 외상이 미국 쪽에 이런 일본 쪽의 요구를 전달했다고 25일 전했다.
고노 외상은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등과 만나 5쪽짜리 자료를 전달했는데, 이 자료에는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일본에 도달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 포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수용,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화학무기 폐기 등을 북한으로부터 약속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다음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아베 신조 총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같은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선 한반도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력”을 강조해온 일본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강하다. 특히 일본은 미국이 미국에 위협이 되는 북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만 집중하면서, 일본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는 방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또한 아베 정권이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미국 쪽은 일본의 추가 전제조건 요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미국 쪽은 고노 외무상의 설명에 이해를 표했지만, 이런 내용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비핵화, 핵·미사일 실험 동결,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이해 등 3가지 약속을 지키면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린다고 밝힌 바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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