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와 노부히사 전 재무성 이재국장(전 국세청 장관)이 27일 국회 증인석에 앉아있다. 도쿄/신화 연합뉴스
“결재 문서를 고친 것을 언제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수사 대상이고 형사 소추를 받을 우려가 있어 답변을 피하고 싶습니다.”
27일 오전 9시30분께 아베 신조 일본 정부를 흔드는 재무성 공문서 조작 사건으로 국회 증언대에 선 사가와 노부히사 전 재무성 이재국장은 “답변할 수 없다”는 말부터 했다. 그 뒤로도 “답변할 수 없다”는 말을 수십 차례 했다. 재무성 문서 조작이 벌어진 지난해 2~4월 담당 부서 국장이었던 그는 사건의 전모를 아는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사학법인 모리토모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하는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질 당시 관련 문서는 “폐기했다”며 국회에 사실과 다른 답변을 했다. 이후 국세청 장관으로 영전했으나, 지난 12일 재무성이 관련 서류 14개에서 300곳 이상을 고쳤다고 인정하면서 사임했다.
사가와 전 국장은 조작 경위는 답변하지 않았지만, 문서 조작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아베 총리를 적극 두둔했다. 마루카와 다마요 자민당 의원이 아베 총리나 총리 부인, 관방장관, 관방부장관, 총리 비서관 등의 지시가 있었느냐고 묻자 연신 “없었다”고 답했다. ‘총리와 총리 부인의 관여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총리와 총리 부인의 영향은 없었다”고 했다.
공문서 조작과 관련해 ‘위에서 지시해 고쳤다’며 자살한 재무성 직원에 대한 질문에는 “방송 보도로 알았다. 사망 경위를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사가와 전 국장의 모르쇠로 스캔들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에다 겐지 무소속 의원은 “증언을 듣자니 혼자 다 짊어지고 가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국민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당의 고이케 아키라 의원은 “이래서는 증인으로 세운 의미가 없다”고 몰아붙였고,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 의원은 이번 증언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아베 정부는 공문서 조작을 재무성 내부 문제로 축소하려 하지만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구속된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전 이사장은 ‘나와는 관계가 없다’는 아베 총리의 말은 거짓이라고 야당 의원들과의 면회 때 말했다. 가고이케 전 이사장은 지난해 7월 건립 예정 소학교 건설비와 운영중인 유치원 직원 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국가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혐의(사기)로 구속됐다.
지지율 하락도 계속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전달에 비해 14%포인트 급락한 42%였다. 하락폭이 2012년 2차 아베 정권 출범 뒤 최대다. <아사히 티브이> 조사에서도 한달 전보다 11.7%포인트 급락한 32.6%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각 지지율에서 여당 지지율을 뺐을 때 나오는 ‘총리 프리미엄’에 주목했다. 총리 프리미엄은 선거의 얼굴로 총리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재는 척도다. 이 신문은 이 수치가 자사 여론조사 결과 2에 불과해, 내각 지지도가 더 떨어지면 위험한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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