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명기한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을 확정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력 규탄”하고,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독도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우리(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담은 고교 학습지도요령을 30일 관보에 게시했다. 새 학습지도요령은 2022년부터 적용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명기했다.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까지 개정이 끝나면서, 초·중·고 전 과정에서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반드시 가르치도록 의무화하는 작업이 완료됐다. 학습지도요령은 학교 교육과정 및 교육 내용의 기준이 되는 지침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다. 2009년 개정된 종전 고교 학습지도요령에는 각 학교에서 영토 교육을 하도록 했지만 독도나 센카쿠열도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개정된 학습지도요령에 따르면 고등학교 <지리총합>과 <지리연구> 과목에서 일본이 ‘북방영토’라고 주장하는 쿠릴열도 남단 4개섬과 독도, 센카쿠열도에 대해서 “우리 나라 고유의 영토라는 점을 다룬다”고 되어 있다. 일본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는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다룬다”고 되어 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30일 나가미네 대사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불러 이런 내용이 남긴 학습지도요령의 철회 요구 등 정부 입장을 전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 “우리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담은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을 최종 확정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부터 ‘독도는 일본 땅’ 주장을 교과서에 싣기 위해 애써왔다. 2008년 중학교 사회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이런 행태에 가속화가 붙은 것은 2012년말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해 우경화가 심해지면서부터다. 아베 정부는 2014년 1월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와 ‘교과서 검정기준’ 등을 개정해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임을 못박게 했고, 역사 관련 내용을 적을 땐 ‘정부의 통일적 견해’를 따르도록 했다. 그에 따라 2014년 초등학교, 2015년 중학교, 2016년 고등학교 저학년 역사·사회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다.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고,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관련 기술이 크게 후퇴했다.
아베 정부의 우경화 교육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미 일본 초·중·고 대부분에서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이미 배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고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으로 ‘독도는 일본 땅’ 주장 등 우경화 교육은 제도적으로도 완성단계에 들어섰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김지은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