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쓰시 시장 “도효 위에서 인사말 못하면 보이콧”
여성 시장들 연대해서 문부성에 요청서 제출 시사
여성은 도효 못 올라간다는 것이 전통인지도 논란
여성 시장들 연대해서 문부성에 요청서 제출 시사
여성은 도효 못 올라간다는 것이 전통인지도 논란
지난 4일 교토부 마이즈루시의 시장이 ‘준교’ 때 도효 위에서 인사말을 하던 도중에 쓰러지자 여성들이 올라가서 구급 조처를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 장내 아나운서가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오라”는 방송을 해 물의를 빚었다.
“전통이 아니라 차별이다.”
일본 스모협회가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스모판 여인 금지령’에 대항해 여성 시장들이 연대해서 싸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는 7월 스모 ‘준교’(‘혼바쇼’라고 불리는 정기대회 사이에 열리는 지방대회)가 열릴 예정인 시가현 오쓰시의 고시 나오미 시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남성(시장)과 다르게 취급당한다면 인사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준교가 열리면 해당 지역 시장은 보통 인사말을 한다. 남성 시장은 경기가 진행되는 모래판인 도효 위에서 인사하지만, 여성은 도효에 올라가는 게 금지돼 있어서 시장이 여성이라면 그 아래에서 인사를 한다. 고시 시장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도효에 못 올라간다면 차라리 인사말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앞서 6일 효고현 다카라즈카시의 여성 시장도 도효 위에서 인사말을 하겠다고 스모협회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결국 도효 아래에서 인사했다.
고시 시장은 “남녀는 헌법상 평등한데도 도효에 여성은 못 올라간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재검토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스모는 국기라고 불리며 일본스모협회는 재단법인으로 공공적 요소가 크다. 차별적 스포츠로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시 시장은 도쿄도 미타카시와 야마구치현 우베시 등의 여성 시장들과 연대해 문부과학성에 ‘도효 여인 금지령’ 철폐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스모협회의 ‘도효 여인 금지령’은 지난 4일 교토부 마이즈루시의 시장이 도효 위에서 인사말을 하던 도중에 쓰러진 사건을 계기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시장이 쓰러지자 근처에 있던 여성들이 올라서 심장 마사지를 하는데, 장내 아나운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오세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의식을 회복했지만, 사람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도효 여인 금지령’부터 챙기는 스모협회에 비난이 쏟아졌다. 스모협회는 응급조치가 끝난 뒤 도효에 소금까지 뿌렸다. 스모협회는 “인명이 달린 상황에서 (여성은 내려오라는 방송은) 부적절한 조처였다”며 사과했지만, 도효 여인 금지령 자체는 전통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시즈오카시에서 스모 선수가 도효에서 어린이들에게 스모를 가르쳐주는 행사에서 여자아이 참가를 금지한 사실도 드러났다.
스모협회는 도효에 여성은 올라가지 못한다는 전통은 17세기에 시작한 에도시대부터 지켜왔다고 주장한다. 협회는 자신들이 보유한 자료에 “여자는 도효에 올라갈 수 없다. 굳게 금한다. 도효는 신성한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고 주장한다. 스모협회는 1990년 최초로 여성 관방장관에 오른 모리야마 마유미가 대회 우승자에게 총리 상패를 전달하려 했을 때 도효에 오를 수 없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도효 여성 금지령’을 전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많다. 16세기에 편찬된 서적에 무로마치 시대(14~16세기)에 활약한 여성 스모 선수 얘기가 나온다. 에도 시대에도 여성의 스모 관람은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여성 스모 선수가 존재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지난 4일 교토부 마이즈루시의 시장이 ‘준교’ 때 도효 위에서 인사말을 하던 도중에 쓰러지자 여성들이 올라가서 구급 조처를 하는 모습. 장내 아나운서가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오라”는 방송을 해 물의를 빚었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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