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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도쿄신문’ 기자들 충격적 미투 증언

등록 2018-04-24 17:35수정 2018-04-24 21:54

검찰 관계자 식사중 “키스해 달라”
지자체 간부 “술 따라달라” 말해
“2차피해 무서워 공론화 어려워”
후쿠다 준이치 전 재무성 사무차관이 지난 16일 청사를 나서고 있다. 후쿠다 전 차관은 17일 “직무를 더이상 수행하기 어렵다”며 사임했다. 도쿄/AFP 연합뉴스
후쿠다 준이치 전 재무성 사무차관이 지난 16일 청사를 나서고 있다. 후쿠다 전 차관은 17일 “직무를 더이상 수행하기 어렵다”며 사임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에서도 각료와 여당 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미투 열풍’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한 신문사가 자사 여성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성폭력 사례를 공개했다.

<도쿄신문>은 기자들의 피해 사례를 수집해 24일 내용을 공개했다. 한 여성 기자는 검찰 관계자와 식사하던 중 몇번이고 “키스해달라”, “가슴을 비벼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다른 기자는 축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지방자치단체 과장한테 술을 따라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후 그는 “너를 성폭행하고 싶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차에 함께 탄 경찰관이 갑자기 “같이 목욕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지자체 간부가 엉덩이를 만져서 항의하니 “넌 괜찮지 않냐”는 적반하장식 대답이 돌아왔다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런 사실을 공론화는 것을 꺼려왔다. 여성 기자들은 “남성이 많은 회사에서 여성의 피해는 얼버무려지는 분위기가 있다”, “상담을 해서 더 상처 받는 ‘2차 피해’가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후쿠다 준이치 전 재무성 사무차관이 여성 기자에게 “가슴을 만져봐도 되냐” 같은 성희롱 발언을 상습적으로 했다는 보도가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지만, <도쿄신문>의 조사 내용은 심각한 성폭력이 다발해왔음을 보여준다.

후쿠다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일본 언론의 대응과 정부·여당의 반응을 봐도, 성폭력 피해를 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이 보인다. 이 사건은 애초 <아사히티브이> 소속인 피해자가 회사에 알리고 보도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주간지가 이를 파악해 보도했다. 극우 교육을 주도해온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은 22일 “방송사 사람이 몰래 대화를 녹음해서 주간지에 판 것은 어떤 의미에서 범죄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했다. 주요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이성과 일대일로 만나는 것은 여러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과 일대일로 만난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주장이다.

<도쿄신문>의 한 기자는 “(재무성 사무차관 사건의 성희롱 양태는) 결국 말에 그치는 것이었다고 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말은 결국 행동으로 옮겨간다. 그런 현장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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