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9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기자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과 대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언급을 하면서 관망세를 유지해온 일본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승차’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29일 오전 아베 총리와 통화해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제든지 일본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한 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통화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판문점 선언’에 한반도 비핵화가 명기된 점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행동을 취하도록 우리가 노력해가자는 데 (문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방북할 때 관방 부장관으로 수행한 아베 총리는 당시 북한과 국교 정상화에 노력한다는 데 합의한 ‘평양선언’을 최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북한과의 대화 기회’ 언급에는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힌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납치 문제와 북-일 관계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나의 생각을 전했다고 말했다. 내가 요청한 사항을 착실하게 제안해준 문 대통령의 성의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서훈 국정원장도 파견해 일본과의 협조 강화를 꾀하고 나섰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서 원장과 1시간30분가량 면담했다. 서 원장은 면담에서 “가장 핵심적인 성과는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하고, (그런) 의지를 밝히고, 문서에 서명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의 방일은 24일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면 서 원장을 보내 설명해달라”고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아베 총리는 회담 내용과 전망, 준비 과정, 김 위원장의 회담 스타일 등을 자세히 물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29일치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는 “‘판문점 선언’에는 현재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 추진이 들어있지만 이는 2007년 공동성명(10·4 남북정상선언)의 문구와 거의 같다”며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낮게 평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 소외론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화를 구하는 것은 “일본이 (압력을 주도해) 국제사회를 이끈 결과”라며 자화자찬도 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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