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에 따른 핵 전면 폐기를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익명의 북-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한-미-일 등이 꾸준히 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받아들이기로 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북한이 시브이아이디(CVID)를 받아들인다면 남북이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큰 진통 없이 이뤄질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3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당국자와 핵 전문가 등 3명이 지난달 말 일주일 간 방북해 북한과 이 같은 내용을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그밖에 사상 처음 이미 완성한 핵무기 사찰에도 응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폐기할 의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런 내용이 이달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포함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런 내용의 비핵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조정을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핵개발 의심 국가의 핵관련 시설 등에 대한 사찰과 검증 작업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고유 업무다.
<아사히신문>은 그러나 핵 폐를 실행하는 ‘기간’과 이를 통해 받을 ‘보상’에 대해선 북-미 간에 이견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미국은 단기간, 특히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1년 초까지 신고-검증-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조처를 끝내길 원하고 있다. 이에 견줘 북한은 △체제 보장 △북-미 국교 정상화 △경제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며 각 단계마다 그게 상응하는 대가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때 이뤄진 2007년 2·12합의 등에서 원자로 등 핵관련 시설과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플루토늄 생산량 등을 신고했다. 그러나 사찰·검증에 대한 이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핵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병진 노선’을 추진해 왔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5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한 뒤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한편, 신문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을 노동 교화소에서 평양 시내 호텔로 옮겼다고 익명의 북한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 때 미국인 3명을 인도하기 위해 미리 건강 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