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취재사진단
북한이 ‘제네바 합의’가 파기된 뒤 건설이 중단됐던 함경남도 신포의 경수로 상태를 점검하라는 지시를 관계 부처에 내렸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6일 익명의 대북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 공사가 30% 정도 진행된 뒤 방치돼 있는 경수로 현황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 당국이 경수로 건설 재개 가능성과 건설 재개에 필요한 물자도 상세하게 보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전했다.
이 경수로는 1994년 10월 제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한 제네바 합의를 통해 미국이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200만㎾급 경수로를 지칭한다.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제네바 합의 당시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경수로와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 중유를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해 미국의 동의를 얻었다.
그에 따라 한-미-일 등 주변국들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만들어 경수로 건설을 진행해왔지만, 9·11 참사를 겪은 조지 부시 정권이 2002년 10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협정의 파기를 선언해 경수로 건설도 중단됐다.
그러나 경수로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끊어지지 않았다. 북한은 2005년 9월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약속한 6자회담 9·19공동성명 때 경수로 제공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그 결과 합의문에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을 논의”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런 전례를 생각해 보면, 6월 초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관계정상화 뿐 아니라 ‘경수로 지원’ 등 대규모 경제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경수로는 북한 핵시설이 몰려 있는 영변에 자리한 흑연감속로와 달리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얻기가 어려워 북한에 적합한 원자로 모델로 주목을 받아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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