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왼쪽)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9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전면적 관계 개선을 진행하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
“비바람은 지나가고 하늘이 맑았다.”(리커창 중국 총리)
9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영빈관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와 리 총리는 중국과 일본이 ‘전략적 호혜관계’를 회복하는 신호탄을 쐈다. 중-일은 2008년 후진타오 주석과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전략적 호혜관계의 포괄적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면서, 긴장 속에서도 협력을 심화시켜 간다는 ‘전략적 호혜관계’에 합의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일본이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한 뒤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중국 총리가 8년만에 일본을 방문하며 양국 관계는 회복의 계기를 잡게 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협력과 교류를 확대해 전략적 호혜관계를 바탕으로 일-중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밀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리 총리도 “양국은 중요한 이웃이자 세계의 중요한 경제대국이다. 양국 관계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양국의 이익일 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연내에 중국을 방문해줄 것도 요청했다.
이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일-중이) 경쟁에서 협조로 가야 한다. 일-중관계가 발전하면 지역과 세계의 여러 과제에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후 만찬을 함께 했다.
중-일 양국은 이날 센카쿠열도에서 양국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군사 당국 간 핫라인인 ‘해공 연락 메커니즘’의 설치를 합의했다. 해공 연락 메커니즘은 2007년부터 중-일 사이에 필요성이 논의됐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다 이날 11년 만에 각서 체결이 이뤄졌다. 양국은 6월8일부터 운용을 개시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아시아 각 지역에서 이뤄지는 인프라 사업에 대한 협력과 이를 위한 관민포럼 설치에도 합의했다. 이는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묵는 중국의 물류·교통망 정비사업인 일대일로 사업에 일본이 협조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국은 또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멸종 위기종인 따오기를 11년만에 기증하기로 했다.
일본은 8일 방일한 리 총리를 최고 예우인 ‘공빈’으로 맞아 극진히 대접했다. 국가 원수는 ‘국빈’, 행정부 수반은 ‘공빈’으로 대접하는 게 일본 정부가 외국 사절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 예우다. 중국 총리에 대한 마지막 공빈 예우는 2007년 원자바오 총리 방문 때였다. 리 총리는 10일 오전 일왕을 예방한 뒤 홋카이도를 거쳐 11일 일본을 떠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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