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히토시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15일 도쿄 아카사카 사무실에서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과정은 단계적일 수 밖에 없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 초기 단계였던 리비아와는 달리 어느정도 핵개발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만료인 2021년) 이전인 2020년까지 비핵화 완료는 현실적이지 않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방북과 북-일 국교정상화 추진 합의를 담은 ‘평양선언’을 주도한 다나카 히토시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일본 외무성의 대표적 전략가로 꼽혔던 인물이다. 다나카 이사장은 현실주의적 외교관을 갖고 있는 인물로 다음달 12일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도 일단은 양국이 포괄적 비핵화 합의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북한 비핵화가 상당히 진전된 이상 실제 비핵화 과정은 오랜 시간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본은 (한반도 비핵화) 외교의 중심에 있지 않다”며 현 상황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봤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에 있는 사무실에서 이뤄졌으며, 지난 17일 이메일로 추가적 질의·응답이 있었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도 북한도 이번 회담이 실패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게이트’ 등으로 국내 정치가 극히 어렵다. 북-미 정상회담을 큰 외교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실패로 끝낼 가능성은 적다. 이번 회담이 실패라는 식으로 딱지가 붙으면 미국의 군사공격 개연성이 높아진다. 이는 북한이 무엇보다 피하고 싶은 것이다. 큰 성공이 될 가능성은 비핵화를 일거에 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비핵화를 일거에 이룰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정상회담 장소가 위대한 역사적 성과라고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판문점이 됐을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것을 보면 일거에 비핵화에 도달하기보다는 비핵화로 가는 확실한 입구에 왔다는 인상을 남기는 정상회담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어떤 스케줄로 어떻게 검증해 나갈지를 합의해야 한다. 이번 회담이 비핵화 입구라고 치더라도, 이는 북한이 비핵화 의사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재료가 되기 때문에 이런 세부 사항이 필요하다.
-비핵화 방법에 대해 ‘리비아 방식’ 등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어떤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보는가.
=입구 단계에선 포괄적 비핵화를 약속할 수 있다. 이때 약속을 신뢰할 수 있게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합의할 필요가 있다. ‘2020년까지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자’는 논의도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 우선 핵 시설 신고부터 생각해보면 핵탄두부터 핵무기 제조 시설과,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추출 장치까지 포함해 상당히 방대한 장치를 신고해야 한다. 그리고 검증하고 폐기해야 한다. ‘알겠다’하고 어느날 갑자기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리비아의 경우에는 핵 개발 초기 단계였다. 검증도 폐기도 쉬웠다. 하지만, 북한은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핵 개발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북한의 핵 개발 정도에 따라서 현실적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 어찌되었든 북핵 문제는 단계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신뢰할 수 없으니 ‘언제든 핵 개발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안 될 이야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비핵화가 움직이는 단계에 맞춰서 대가를 받고 싶다고 한다면, 이것도 안될 이야기다.
-아베 신조 총리는 최근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 명백히 외교의 중심에 있지 않다. 북한은 한국에 처음 접근을 해 북-미 정상회담 약속을 받아냈고, 중국을 자기편으로 삼기 위해 접근했다. 일본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베 총리의 말은) 일본이 지금 외교의 중심에 없다는 것에 대한 타개책을 만들기 위한 말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의 방향을 잡으면 필연적으로 북-일 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일본을 빼고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모든 대가를 준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이는 가능하지 않다.
일본은 당황하지 않아도 외교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일본의 순서는 오지 않는다. 일본이 초조해 할 필요도 없다. 언제는 북한에 격렬하게 “압력, 압력”을 외치다가, 어느날 갑자기 북-일 정상회담을 꺼내는 것은 내 취미는 아니다.
-북한은 최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재고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전술적 발언이라고 본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맥스선더’ 훈련) 자체보다 북한에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 강경파의 어프로치를 견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채 좌절된다면, 이전보다 더 큰 대립이 생길 것이라 본다.
-일본에선 일본을 노릴 수 있는 ‘노동’ 등 중단거리 미사일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거리 미사일은 일본도 갖고 있다. 북한만 단거리 미사일을 갖지 말라고 할 순 없다. 결국 문제는 핵탄두다. 우선, 북한의 핵폐기가 중심 과제가 돼야 한다. 미사일 문제는 그 이후에 생각해도 된다.
-9·19 공동성명이 나왔던 2005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가.
=물론이다. 북한은 2005년엔 아직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6번의 핵실험과 수많은 탄도미사일 실험을 했다. 그만큼 (북핵과 미사일로 인한) 안전보장 문제가 일-미-한 모두에게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란 변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직 경험이 없고 수법도 충동적이다. 나도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을 위해) 북한과 1년 간 교섭을 해봤다. 당시 북한을 움직이게 한 요인은 미국이 매우 무섭다는 것이었다. 북한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역시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무엇을 할지 알 수 없다는 불투명성이 있다. 이것이 북한을 위협하고 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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