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진보초 서점의 풍경. <한겨레> 자료 사진
디지털화 바람에 밀려 ‘출판 대국’ 일본에서도 제지업체들이 인쇄용 종이 생산양을 크게 줄이고 있다.
일본의 2위 제지업체 니혼제지는 28일 인쇄, 신문, 복사지에 쓰이는 ‘양지’ 생산을 18%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양지는 니혼제지가 생산하는 종이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상품이다. 니혼제지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홋카이도 공장 2곳과 시즈오카현 공장 1곳 등 공장 3곳의 생산설비 8대의 가동을 순차적으로 멈춰 생산능력을 13%(53만t) 줄일 계획이다. 이미 이달 가동을 정지한 예아키타현 공장까지 합치면 전체 생산 능력을 18% 줄이는 셈이다. 이 공장에서 일하던 이들은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돼 고용은 유지된다.
생산설비 가동 중단에 따른 특별손실은 약 200억엔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내년 3월에 확정되는 2018년의 최종손익은 180억엔 적자가 될 전망이다. 니혼제지는 7월 말엔 이와테현에 있는 자회사 ‘기타가미제지’는 아예 청산한다.
니혼제지가 손실을 감수하면서 공장의 문을 닫는 이유는 인쇄 수요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일본 국내 종이 생산량은 2017년 현재 1460만t으로 전성기 2007년에 견줘 생산량이 24% 줄었다. 하지만 생산 능력은 1700만t으로 과잉 상태다.
일본은 1920년대 후반 1엔짜리 책인 ‘엔폰’(円本·당시 대졸 임금의 20분의 1수준 가격)붐이 일어나는 등 아시아에서는 일찍부터 출판 시장 대중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과 디지털 서적 증가로 지난해 종이 출판 시장(잡지 포함) 규모는 1조3701억엔(약 13조 5631억원)에 그쳐 전년도보다 6.9% 줄었다. 전성기였던 1996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일본 신문협회에 따르면 신문 발행부수도 지난해 기준 4212만8189부로 2000년 5370만8831부에 비해 21.5% 감소했다.
다른 회사들도 인쇄용지 생산설비 축소와 함께 새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제지업계 1위인 오지홀딩스는 지난해 6월 아이치현 공장 생산설비 1대를 가동 정지했다. 그 대신 다음달 말레이시아 그리고 12월 인도에 박스 제조용 신공장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쇄 용지 시장은 줄고 있지만 기저귀용 종이나 박스 제조용 종이 시장은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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