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항모 개조를 검토하고 있는 대형 호위함 이즈모의 모습. EPA 연합뉴스
일본 자민당이 국내총생산(GDP)의 2%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목표치 수준까지 방위예산을 끌어올리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8월에 큰 틀이 정해지는 2019년 방위예산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위예산 대폭 증액 요구는 미국의 압력과 자민당 우파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가 최근 방위예산을 국내총생산의 2%까지 끌어올리자는 제안서를 내놓은 배경에 동맹국 일본이 더 많은 군사 부담을 떠안기를 원하는 미국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20여년간 일본에 방위예산 증액을 요구해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엔 대미 무역흑자를 줄인다며 전투기 등 무기 구입을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다.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는 지난 29일 정부에 제출한 ‘새로운 방위 계획의 대강과 중기 방위 계획의 책정을 향한 제언’에서 “전후 최대 위기적 정세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방위체제 구축을 위해 나토가 방위비의 국내총생산 대비 2%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을 참고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방위예산을 현재 1%에서 갑절이나 늘리자는 제안이었다.
자민당 제안이 현실이 되면 2018년 현재 5조엔 수준인 일본의 방위예산이 11조엔(약 110조원)대로 늘어난다. 이는 아베 신조 정부가 방위예산을 대폭 늘리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일본 방위성은 매년 8월 국회에 제출할 방위예산 요구액을 확정해 공개한다.
미키 다케오 총리는 1976년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막기 위해 ‘방위예산 1%’ 원칙을 정했다. 이후 역대 일본 정부는 여러 우여곡절에도 이 기준을 지켜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지난해 3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정권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1% 이하로 억제할 생각이 없다”며 이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부상 등을 견제한다는 이유로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해왔다. 최근엔 이즈모급 호위함에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를 탑재하는 ‘항공모함화’ 연구를 시작했고, 북한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위해 장거리 순항미사일 도입도 꾀하고 있다. 일본은 또 북한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육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이지스 어쇼어’ 2기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향후 10년에 걸친 방위정책의 큰 틀을 정하는 ‘방위계획대강’과 5년간 일본이 사들일 무기체계를 담는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에 이런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30일 사설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향해 관계국의 외교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군비 증강을 꾀하는 자민당의 자세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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