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아베 총리가 아소 재무상을 경질할 수 없는 이유는?

등록 2018-06-05 14:48수정 2018-06-05 20:47

아베, 재무성 공문서 조작 스캔들에도 아소 사퇴 불가
총재 3선 위해서는 당내 2번째 파벌 아소파 지지 필요
아소 사퇴하면 책임론 자신에게 번질 것도 우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4일 오후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과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도쿄/지지 연합뉴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4일 오후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과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도쿄/지지 연합뉴스
“공문서 조작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선두에 서서 책임을 다했으면 한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관련 일본 재무성 공문서 조작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온 4일 오후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소 재무상을 경질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치적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자리를 떠났다가 되돌아와서는 “정치 책임은 이런 일이 두번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강구해 가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오후 재무성은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관련 내부 결재문서를 조작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대로는 외부로 내보내서는 안된다”며 사실상 문서 조작을 지시한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장(전 재무성 이재국장)을 포함해 20명을 징계 처분했다. 아소 재무상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서 “사과한다”며 1년치 급여 170만엔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소 재무상은 “나 자신의 진퇴에 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사퇴는 거부했다. 기자회견 때도 사과한다면서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고, 문서 조작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알면 고생하지 않았지”라며 마치 남의 일 이야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아소 재무상은 5일 중의원 재무위원회에서 책임을 지는 방법이 불충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계속해서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아베 총리가 아소 재무상에게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 경질하지 않겠다는 궁색한 논리까지 동원한 배경에는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아소 재무상의 정치적 힘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7년 1년여만에 정권을 스스로 내던진 뒤 한동안 정치권에서 사려졌던 아베 총리가 2012년말 재등판할 때 결정적 도움을 준 게 아소 재무상이었다. 아베 총리가 2012년말 자민당 총재 선거 입후보했을 때만해도 열세였다. 이때 자민당 유력 파벌인 아소파의 영수인 아소 재무상이 아베 지지를 선언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당원 투표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게 뒤졌지만, 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2차선거에서 이겨 총재가 되고 정권까지 획득했다. 아소 재무상의 지지가 없었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아소 재무상은 최근 당시 총재 선거에 대해서 “어두운 녀석을 선택할지,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은 녀석을 선택할지 (고민했다)”라며 “그렇다면 속이 나쁜 녀석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과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경제재생상을 각각 ‘어두운 녀석’,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은 녀석’으로 원색적으로 표현했다. ‘속이 나쁜 녀석’은 궤양성 대장염을 앓은 적이 있는 아베 총리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지난달 센다이에서 열린 행사에 중절모를 쓰고 나타냈을 때의 모습. AFP 연합뉴스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지난달 센다이에서 열린 행사에 중절모를 쓰고 나타냈을 때의 모습. AFP 연합뉴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아베 총리에게 아소 재무상의 도움은 여전히 절실하다

아소 재무상의 파벌 영수로서의 힘은 이전보다 커졌다. 아소 재무상은 지난해 자신이 이끌던 아소파에 산토파와 다니가키그룹 일부를 규합해서 당내 두번째 파벌인 신아소파(소속 의원 59명)를 출범시켰다.

자민당 의원들이 이 사태를 묵인하고 있는 점도 아소 재무상이 사임하지 않고 버틸수 있는 이유다. 아베 정부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아베 총리 대안이 될 만한 인물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아베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을 할 확률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아소 재무상 감싸기를 정면으로 비판할 만한 인물은 많지 않다.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잘못하면 총재 선거 뒤 개각이나 당 인사에서 “찬밥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재무성 공문서 조작 사건의 발단이 된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매각 특혜 의혹의 본질도 아베 총리가 아소 재무상을 경질하기 어려운 이유가 보인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보였던 오사카에 있는 우익 성향 사학법인에 정부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아소 재무상이 경질되고 나면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책임론은 아베 총리에게 갈 수밖에 없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