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4일 오후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과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도쿄/지지 연합뉴스
“공문서 조작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선두에 서서 책임을 다했으면 한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관련 일본 재무성 공문서 조작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온 4일 오후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소 재무상을 경질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치적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자리를 떠났다가 되돌아와서는 “정치 책임은 이런 일이 두번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강구해 가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오후 재무성은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관련 내부 결재문서를 조작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대로는 외부로 내보내서는 안된다”며 사실상 문서 조작을 지시한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장(전 재무성 이재국장)을 포함해 20명을 징계 처분했다. 아소 재무상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서 “사과한다”며 1년치 급여 170만엔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소 재무상은 “나 자신의 진퇴에 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사퇴는 거부했다. 기자회견 때도 사과한다면서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고, 문서 조작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알면 고생하지 않았지”라며 마치 남의 일 이야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아소 재무상은 5일 중의원 재무위원회에서 책임을 지는 방법이 불충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계속해서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아베 총리가 아소 재무상에게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 경질하지 않겠다는 궁색한 논리까지 동원한 배경에는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아소 재무상의 정치적 힘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7년 1년여만에 정권을 스스로 내던진 뒤 한동안 정치권에서 사려졌던 아베 총리가 2012년말 재등판할 때 결정적 도움을 준 게 아소 재무상이었다. 아베 총리가 2012년말 자민당 총재 선거 입후보했을 때만해도 열세였다. 이때 자민당 유력 파벌인 아소파의 영수인 아소 재무상이 아베 지지를 선언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당원 투표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게 뒤졌지만, 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2차선거에서 이겨 총재가 되고 정권까지 획득했다. 아소 재무상의 지지가 없었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아소 재무상은 최근 당시 총재 선거에 대해서 “어두운 녀석을 선택할지,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은 녀석을 선택할지 (고민했다)”라며 “그렇다면 속이 나쁜 녀석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과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경제재생상을 각각 ‘어두운 녀석’,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은 녀석’으로 원색적으로 표현했다. ‘속이 나쁜 녀석’은 궤양성 대장염을 앓은 적이 있는 아베 총리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지난달 센다이에서 열린 행사에 중절모를 쓰고 나타냈을 때의 모습. AFP 연합뉴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아베 총리에게 아소 재무상의 도움은 여전히 절실하다
아소 재무상의 파벌 영수로서의 힘은 이전보다 커졌다. 아소 재무상은 지난해 자신이 이끌던 아소파에 산토파와 다니가키그룹 일부를 규합해서 당내 두번째 파벌인 신아소파(소속 의원 59명)를 출범시켰다.
자민당 의원들이 이 사태를 묵인하고 있는 점도 아소 재무상이 사임하지 않고 버틸수 있는 이유다. 아베 정부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아베 총리 대안이 될 만한 인물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아베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을 할 확률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아소 재무상 감싸기를 정면으로 비판할 만한 인물은 많지 않다.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잘못하면 총재 선거 뒤 개각이나 당 인사에서 “찬밥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재무성 공문서 조작 사건의 발단이 된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매각 특혜 의혹의 본질도 아베 총리가 아소 재무상을 경질하기 어려운 이유가 보인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보였던 오사카에 있는 우익 성향 사학법인에 정부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아소 재무상이 경질되고 나면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책임론은 아베 총리에게 갈 수밖에 없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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