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거리에 있는 흡연 장소의 풍경. 도쿄 거리 곳곳에는 흡연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흡연에 대해 관대한 일본에서도 흡연자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오사카부는 최근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자리를 자주 비운 공무원을 ‘직무 전념 의무’ 위반을 들어 징계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5일 보도했다. 오사카부는 4월 건강의료부 소속 49살 직원이 2년 동안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를 440회, 총 100시간 비웠다며 ‘훈고’ 처분을 내렸다. 훈고는 가장 가벼운 징계이지만, 이 직원은 사직했다. 오사카부는 3월 이 직원이 자리를 자주 비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사를 해보니, 그가 근무 시간에 부청에서 150m 떨어진 민간 빌딩 흡연실에 자주 다녀온 사실을 확인했다. 일본은 건물 안에 흡연실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지만, 오사카부는 10년 전부터 부청 부지 내 전면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이 직원은 조사에서 “하루에 2~3번 정도 (흡연실에) 다녀왔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는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저녁이면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으며 담배를 피우는 풍경도 점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도는 5일 음식점 84%를 대상으로 하는 흡연 규제 조례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쿄도는 종업원을 고용한 음식점은 면적에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금연을 실시하며, 위반할 때는 5만엔(약 49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는 조례안을 만들었다. 조례안은 면적 100㎡이하 점포는 흡연을 허용하는 정부 법률안에 견주면 강력한 규제안이다. 정부 법률안에 따르면 일본 전체 음식점 55%는 금연 규제에서 벗어난다. 도쿄도는 음식점에 흡연 전용실 설치는 인정할 계획이며, 설치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도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도민퍼스트회’가 찬성하고 있어 조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에서도 면적 30㎡이하 바 등을 제외한 음식점에서는 금연을 실시하는 조례안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이자카야(술집)에서 흡연은 일본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흡연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이런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음식점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일 도쿄 신주쿠역 주변에서 음식점주 100여명이 도쿄도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이들은 “생존의 문제다. 폐업하는 점포가 늘어날 것”이라며 반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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