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납치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일본 정부에게 북-일 국교정상화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고노 전 관방장관은 13일 도쿄 시내에서 열린 강연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져 평화가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의미가 있었으며 대단한 일이었다”고 말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전했다. 고노 전 관방장관은 이어 일본 정부에게 “지금 일본이 해야만 하는 것은 한반도를 식민지화했던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사죄하는 일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사죄와 경제지원을 했지만 북한과는 국교도 맺지 않아 (사죄와 경제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정도는 북한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노 전 장관은 북-일 사이의 최대 현안인 납치 문제에 대해선 “납치(일본인 납북자 문제)라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국교정상화도 하지 않고 식민지 문제도 처리되지 않은 나라에게 그저 ’(일본인 납북자) 돌려줘, 돌려줘’라고만 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를 정상화해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납치 문제만을 부각하며,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노력은 하지 않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북한과 국교정상화 협상을 먼저 하고 그 과정에서 납치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고노 전 관방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과 일본 군의 개입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를 발표한 주인공으로, 아베 정부의 평화헌법 개정 추진에 대해서도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또 그의 아들이 현직 일본 외무상인 고노 다로다.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뒤 일본에서는 일본도 북한과 국교정상화 교섭과 북-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일본의 전후 청산과 사죄라는 관점에서 북-일 국교정상화를 주장하는 고노 전 관방장관과는 다른 시각에서 북-일 국교정상화를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미국이 북한과 정상회담 때 일본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고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까지 꺼냈으니, 일본도 북한과 협상을 통해서 독자적으로 안보상 불안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며 안보상 필요를 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본인 납북 피해 가족들도 일본 정부가 미국에만 의존해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니, 직접 북한과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방북 때 귀국한 납북 피해자 소가 히토미는 “결국 북-미 모두 납치 피해자 가족이 처한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지금처럼 문제를 질질 끌면 안된다. 아베 총리는 꼭 북-일 회담을 개최해 행동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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