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처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는 일본 언론들의 비판에 대해,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가능한 비판이지만 과거와는 북-미 회담 양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3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지를 표명하는 등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한 선행 조처를 취한 점을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공동선언에 원칙적 선언만 있고 구체 내용은 없다. 비핵화의 최종 합의를 위한 ‘과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회담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추가 협의가 실무자 접촉이 아니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내세운 최고위급 교섭으로 신속히 진행된다는 등이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실무선에서 합의를 쌓아가서 정상회담을 하는 게 보통의 정상회담 방식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뒤 실무에 지침을 내리는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선행조처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 조처를 일방적으로 취했다. 이번에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라는 모라토리엄 조처를 취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다만,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유지하는 등 실체적으로 양보한 것은 없다. 북한도 체제보장 약속 등 정치·외교적으로는 성과를 얻었지만, 경제적 성과는 아직 얻지 못했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틀은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종적 성패는 두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을 생각할 때 다시 뒤집힐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북한이 다시 핵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는지.
=실체적 성과가 안 보이면 북-미 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안 하더라도 핵시설과 실험 자료는 남아있다. 또한, 북한이 북-미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잘 안됐다는 알리바이를 주장할 수도 있다. 이를 이용해서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더 힘을 기울일 수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제재 속에서 버티는 게 아니라 획기적으로 경제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분명한 의지가 있는 듯 보이기 때문에,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또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처음부터 김 위원장이 깊숙이 관여한 형태로 진행됐다. 실무자 선에서 합의를 쌓아 올린 상태에서 진행했던 종래와는 양태가 다르다. 그래서 쉽게 핵개발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북-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북-미의 추가 협의가 얼마나 빠르게 진전되느냐에 달려있다. 북한과 주변국 모두가 최근 활발한 정상 외교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일본도 북한과 정상 외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북-일 정상회담을 하려면 납치(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가 그동안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 수준을 높였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아베 정부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 전원의 즉시 귀국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2002년 8명 사망, 5명 생존 조사 결과 발표로 이미 해결이 끝났다고 맞서고 있다.) 아베 총리 스스로 만든 상황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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