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본격 교섭을 시작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4일 “아베 신조 총리가 8월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국 정부 관계자가 올 봄 이후 여러 차례 물밑 접촉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9월 중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기회로 삼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동방경제포럼에 김 위원장이 참석한다면 이때 정상회담을 하는 쪽으로 교섭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한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했다.
아베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을 결심한 것은 12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가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뒤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이 납북자 문제 등을 두고 일본과의 교섭에 열린 자세를 보였다. 비핵화와 동시에 납치 문제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 일본도 메인 플레이어로 관여해주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그 직후인 12일 밤 기자들과 만나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일본이 북한과 직접 마주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교 정상화를 위한 북-일 교섭은 냉전 해체 직후부터 시작됐다. 1990년 가네마루 신 자민당 부총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노동당과 일본 자민당·사회당이 ‘3당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일본은 식민 지배에 대해 사죄하며, 양국 국교를 수립하는 동시에 일본이 식민 지배에 대해 보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선언은 미국의 견제와 일본 내 비판 여론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북한이 납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전제로 국교 정상화 교섭을 시작한다는 ‘평양선언’을 채택했다. 그러나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 여론이 예상외로 악화돼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북-일은 2014년 5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일본인 납북자에 대한 재조사에 합의했지만, 북한이 “납치 생존자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아 결국 흐지부지됐다.
북한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2년 9월 사과와 “8명 사망, 5명 생존”이라는 당시 조사 결과에 따라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북한이 돌려보낸 5명 외에도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대립 탓에 정상회담 성사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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