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가운데) 도쿄대 명예교수가 25일 시민단체인 북-일 국교정상화연락회가 연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재개하라’는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북-일 국교정상화를 위해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납치 3원칙을 폐기해야 한다.”
사상 최초의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일본에서도 일본 정부가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위한 교섭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25일 시민단체 ‘일-조(북-일) 국교정상화 연락회’가 연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재개하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이 진전되려면 아베 정권이 대북 외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납치 문제란 북한이 1970~80년대 해외에 파견되는 공작원들의 일본어 교육과 신분 활용을 위해 무고한 일본인들을 북한으로 납치해 간 사건을 뜻한다. 오랜 시간 납치 문제 자체를 부정해 왔던 북한은 2002년 9월 방북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이 문제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8명 사망, 5명 생존(이후 일본 귀국)”이라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8명 사망’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원이 살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모든 피해자들의 무사 귀환’을 실현시키겠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강경 입장을 주도해 온 것이 다름 아닌 아베 총리다.
이날 토론회에서 와다 명예교수는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에 대해 3가지 원칙을 말해왔다. 첫번째는 납치 문제는 일본의 최중요 과제라는 것, 두번째는 납치 문제 해결 없이 국교정상화는 없다는 것, 세번째는 납치 피해자의 전원 귀국 다시 말해서 전원이 살아돌아오는 것”이라며 “나도 납치 문제가 일본의 중요 과제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지만 이 문제를 최중요 과제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납치 문제로 주목을 받아 총리가 된 아베 총리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납치 문제 해결 없이 북-일 국교정상화가 없다는 것은 고이즈미 총리의 외교 원칙(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합의한 평양 선언에서 밝힌 외교 원칙)을 수정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국교정상화를 진행하며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납치 문제를 해결한 뒤 국교정상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진행해 가는 과정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와다 명예교수는 마지막으로 세번째 원칙인 ‘전원 귀환’에 대해서도 “피해자 입장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8명이 사망했다고 통지했는데, 일본 정부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북한과 외교 교섭을 중지하는 것”이라며 “납치 문제는 국교 정상화를 진행시켜나가는 중에 해결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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