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이 내놓은 민박 체크인 대행 서비스기의 모습. 화면에 여행객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키를 받아갈 수 있는 형태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 파나소닉이 민박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창업 100돌을 맞은 파나소닉은 주요 가전제품을 모두 만들며 일본에 유일하게 남은 ‘종합가전 업체’다. 그런 파나소닉마저도 ‘엉뚱한’ 업종에서 새 수익원을 찾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파나소닉이 일반 주택을 숙소로 제공하는 민박업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파나소닉은 주택 관련 자회사 ‘파나소닉홈즈’를 통해 도쿄와 오사카 중심부에 아파트 형태의 주택을 10채 정도 짓기로 했다. 전문 민박 업체가 위탁 경영을 한다. 방에는 외국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미용 관련 기구 등 파나소닉 가전기구를 배치해 광고 효과도 노린다는 계획이다. 파나소닉은 운영 첫해에는 50억엔 정도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1918년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창업한 전기기구 제작소에 뿌리를 둔 파나소닉은 일본 전자산업을 선도해왔다. ‘거품 경제’ 시기인 1984년에는 영업이익이 5757억엔을 기록했다. 세계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7년에 9조1081억엔(약 92조7000억원)의 사상 최고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세가 꺾였고,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왔다. 2012년에는 사상 최악인 7721억엔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805억엔으로 회복됐지만 전성기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 파나소닉의 지난해 매출은 7조9821억엔인데, 가전 비율은 28.5%에 불과하다.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오토모티브 인더스트리얼 시스템스’는 차량용 전자장치와 전지 등을 만드는 사업이다.
사정은 다른 전자업체도 비슷하다. 샤프는 2016년 대만 업체 폭스콘(훙하이)에 약 6600억엔에 인수됐다. 훙하이에 인수된 샤프는 지난해 전자오븐 ‘헬시오’ 등의 구입자를 대상으로 식품 재료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개시하며 기존 전자업계가 하지 않았던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개인이 주로 해온 민박업에 전자업체까지 뛰어드는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 급증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2014년 1341만명이었는데 지난해는 2860만명으로 3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중국의 대형 연휴가 이어질 때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요코인’, ‘아파 호텔’ 등 비즈니스 호텔의 빈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도 민박업 성장을 자극한다.
다른 대기업들은 최근 민박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라쿠텐은 부동산 정보업체 ‘라이풀’과 손잡고 최근 민박 중개 사이트를 개설했다. 제이티비(JTB)도 지난해 가을 기존 민박업체와 손잡고 민박 물건을 자사 여행 사이트를 통해 중개하는 사업 계획을 밝혔다.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은 제이티비와 공동으로 개발한 전용 단말기 ‘세븐체크인기’를 점포에 설치해 자동 민박 체크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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