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관 주도 국가로 꼽히는 일본에서 관료직의 인기가 시들고 있다.
공무원 선발과 관리를 총괄하는 일본 인사원은 29일 한국의 행정고시·외무고시·기술고시를 합쳐놓은 식인 ‘국가공무원 종합직’ 합격자를 발표했다.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 출신 합격자는 1797명 중 329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8년 이후 가장 적다. 도쿄대 출신은 여전히 국가공무원 종합직에 가장 많이 합격하지만 관료직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가공무원 종합직 지원자도 줄고 있다. 올해 지원자는 1만9609명으로, 1970년 이후 48년 만에 가장 적다. 전성기인 1996년(4만5254명)에 견주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경쟁률은 1998년에 28.5 대 1이었으나 올해는 10.9대 1로 급감했다.
예전에는 ‘갑종’·‘1종 시험’으로 불린 국가공무원 종합직에 합격하면 ‘커리어’로 불리는 간부 후보생이 된다. 일반직 합격자인 ‘논 커리어’와 달리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인사가 이뤄지고 승진도 빠르다. ‘커리어’는 30대에 중앙 부처 과장보좌에 오를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직업공무원의 최고봉인 사무차관까지 될 수 있다. ‘논 커리어’는 일반적으로 과장급이 한계다. 관 주도의 고도 경제 성장 시기에 ‘커리어’의 인기는 매우 높았고, 도쿄대 법학부 출신의 최고 출세 코스는 사법고시 합격이 아니라 ‘커리어’ 관료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민간 기업 취업 호조, 출세보다는 개인적 삶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려 고급 관료직에 대한 선망은 시들해지고 있다. 일본의 5월 실업률은 2.2%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료들은 국회 개회 시기에는 새벽 퇴근이 일상일 만큼 잔업이 심하다. 일본 생산성본부가 올 봄에 입사한 신입사원 16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어떤 지위까지 승진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 ‘사장’이라고 답한 신입사원은 지난해보다 2.0%포인트 줄어든 10.3%로 역대 최저치였다.
관료들이 정치인의 스캔들 뒤처리에나 동원된다는 인식도 있다. 가장 우수한 공무원 조직으로 꼽히는 재무성은 최근 아베 신조 총리가 연루된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서 공문서를 조작한 사실까지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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