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히메현에 있는 이카타원자력발전소. 오른쪽에 있는 2호기는 올 봄 폐로가 결정됐다.
일본 정부가 소형 원자로 건설을 담은 차세대 원자로 개발 계획을 추진한다. 아베 신조 정부는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통해서 현재 중단된 신규 원전 건설 길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경제산업성이 올해 안에 전력회사와 원자로 제조사가 참가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관-민 합동으로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차세대 원자로로 기존 대형 원자로 개량 외에도 출력 10만~30만㎾의 소형 원자로 개발도 검토한다고 전했다. 100만㎾ 규모의 기존 대형 원자로는 전기 생산량은 많지만 건설과 안전 설비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경제성이 점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형 원전 건설비는 1조엔(약 10조원) 규모이지만, 소형은 수천억엔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냉각재로 물이 아니라 가스를 사용하는 ‘고온가스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고온가스로는, 전기가 끊겨 원자로 온도가 높아진 탓에 수증기가 팽창해 폭발하는 ‘수증기 폭발’이 일어날 위험이 적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수증기 폭발’이 일어났다. 후쿠시마원전 사고는 쓰나미로 발전 시설 가동이 끊기면서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이 때문에 원자로 안에 고여있던 수소가 폭발한 ‘수소 폭발’이었다.
아베 정부는 지난 3일 각의 결정(한국의 국무회의 의결에 해당)한 새 에너지 기본 계획을 통해 원자력을 앞으로도 중요한 전력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구체적 원자력 활용 계획 내용은 빠져있다. 또한 경제산업성은 에너지 기본 계획을 통해 2030년 전력 구성에서 원전 비중은 전체의 20~22%로 한다는 목표를 정했지만, 2016년 기준 일본 전체 전력에서 원전 비율은 2% 정도다. 아베 정부는 현재까지 기존 원전 9개를 재가동시켰으나, 2030년 전력 구성 목표치를 맞추려면 원전이 30개 정도까지는 가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원자력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아베 정부 계획대로 원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면 신규 원전 건설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규 원전 건설 장벽은 여전히 높다.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힘들어진 일본 회사들은 국외에서 기회를 모색해왔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다. 히타치는 영국에서 원전 2기를 새로 건설할 계획이지만, 안전 비용 등으로 건설비가 치솟아 영국 정부와 사업비 분담 문제를 협상중이다. 히타치의 원전 건설 비용은 3조엔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 사업이 실용화 단계까지 성공한다고 해도 사용후핵연료가 쌓이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일본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 뒤 특수 원자로인 고속증식로에 넣어 추가적 에너지 투입 없이 에너지를 무한 생산한다는 계획인 ‘핵 연료 사이클 계획’을 갖고 있으나, 고속증식로인 몬주가 폐로되면서 이 계획은 사실상 파탄이 났다. 원전 가동을 늘리면 처리하기 어려운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계속 쌓이는 문제가 더욱 커진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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