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신주쿠구 거리의 모습. 신주쿠구에는 도쿄 23구 중 가장 많은 4만2000명의 외국인이 산다. 로이터 연합뉴스
“어서 오세요. 비닐봉지 필요하세요?”
11일 밤 일본 도쿄 중심가인 주오구의 한 편의점에서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점원이 일본어로 주문을 받았다. 이곳에선 밤 시간엔 일본인 점원을 거의 볼 수 없다. 300m 정도 떨어진 다른 편의점에서도 중국인 점원이 주문을 받는다. 부쩍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에겐 중국어로 응대한다. 편의점뿐만이 아니다. 싸게는 500엔 정도에 간단히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덮밥 프랜차이점 점원 역시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일본 총무성이 11일 발표한 인구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 내 외국인 인구(1월1일 기준)는 249만7656명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7.5% 늘었다. 일본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6%로 올라갔다.
일본 내 외국인 인구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층이 많다는 점이다. 20대 인구는 74만8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인구의 30%에 이른다. 이는 전체 일본 20대 인구 가운데 5.8%를 차지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많은 도쿄에서는 20대 10명 중 1명(10.04%)꼴로 외국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이중고’로 인해 인구가 줄고 있는 일본에서 외국인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빠르게 메워 나가고 있다. 20대 외국인은 대부분 유학생이거나 기능실습생(한국의 산업연구생)이다. 유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편의점·음식점 등 소매업, 기능실습생은 농업·건설 등 산업 현장에서 일한다. 스즈키 도모야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소매업처럼 일손이 달리는 업계는 외국인 노동력이 없으면 운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내 외국인은 국적별로 중국이 30%로 가장 많았고, 한국, 필리핀, 베트남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외국인 기능실습제도를 통해 동남아시아 젊은이들을 대거 데려오며 베트남·네팔 등 개발도상국 출신이 크게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만성적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농업·숙박·돌봄·조선 등 5개 분야에서 ‘특정기능 평가시험’을 신설해 취업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2025년까지 50만명 이상을 들여올 계획이다.
한편, 일본 총인구는 1억2520만9603명으로 9년 연속 감소했다. 감소 폭도 37만4055명으로 지난해보다 커졌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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