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일본 주요 폭우 피해 지역인 오카야마현 쿠라시키시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던 자원봉사자가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쿠라시키/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서 섭씨 39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잇따라 사망자가 나오고 수천명이 병원에 긴급 후송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16일 남부 기후현 이비가와초에서 39.3도를 기록해 올 여름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비가와초와 교토부 후쿠치야마시에서 최고 기온이 15일에도 38.8도까지 올라갔다. 폭염은 일본 전역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16일 오전에도 도쿄 일부 지역은 34.5도까지 올라갔으며, 이날 교토와 군마현 마에바시에서 38.1도가 기록됐다. 이집트 카이로의 7월 평균 최고 기온이 35인데, 현재 일본 기온이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도쿄에서 한낮에 걷다 보면 살이 익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본 언론들은 더위로 인해 각지에서 15일에만 2000명 이상 병원에 긴급 후송됐다는 자체 집계 결과를 내놓고 있다.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15일 저녁 시가현 오쓰시에서 70살 남성이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선풍기만 틀어놓고 있다가 의식을 잃어 병원에 후송됐으나 숨졌다. 그는 다다미 방에서 벽에 기댄 모습으로 발견됐다. 시즈오카현에서는 90대 남성이 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밭일을 하다가 더위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14일과 15일에 열사병 등 더위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 사람이 최소 8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더위는 2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서남부 폭우 피해 현장에 또 다른 고통을 안기고 있다. 주요 폭우 피해 지역인 오카아먀현과 히로시마현의 16일 최고 기온은 각각 37도, 35도가 예보됐다. 일본에서는 ‘바다의 날’인 16일까지 연휴가 이어지자 자원봉사자 1만명 이상이 주말부터 폭우 피해 현장으로 갔는데, 폭염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자원봉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끝나 더위도 그만큼 빨리 찾아온 점이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쿄를 포함한 간토 지방 장마는 지난달 29일에 예년보다 22일 일찍 끝났다. 또한 하와이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태평양 고기압의 일부와 중국 대륙에서부터 시작하는 티베트 고기압이 겹치면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남부 고치현에서는 2013년 8월에 관측 사상 최고인 41도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일본은 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을 받았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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