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와 요코 일본 법무상이 26일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 등과 관련해 사형선고를 받은 옴진리교 교도 6명의 사형을 집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6일 아침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를 저지른 옴진리교 교도 6명에 대해서 일제히 사형을 집행했다. 지난 6일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본명 마쓰모토 지즈오) 등 교단 간부 7명의 사형이 집행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집행이 강행됐다. 사형제 유지국인 일본에서도 이례적인 대규모 사형 집행에 국제사회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가미가와 요코 법무상은 이날 오전 11시 임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하야시 야스오 등 6명의 사형을 집행했다”며 “이들은 수많은 사람의 존엄한 생명을 빼앗았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검토 뒤 집행을 명령했다”고 말했다.
옴진리교 쪽은 1995년 3월20일 도쿄 지하철 3개 노선 5개 차량의 출근길 승객을 대상으로 사린가스를 살포해 13명이 숨지게 하고 6200여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1989년 11월에는 옴진리교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던 사카모토 쓰쓰미 변호사 일가족 3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검찰은 사린가스 테러를 이유로 192명을 기소했으며, 이중 아사하라 교주를 포함해서 주모자 13명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26일 집행으로 사형수 전원의 형이 집행됐다.
13명이나 사형을 집행한 것은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2차대전 전까지 살펴봐도, 이 정도 대규모 집행은 손에 꼽힌다. 1911년 사회주의자 11명이 일왕 암살 기도 누명을 쓰고 한꺼번에 처형된 일, 1936년 군사 반란 사건이었던 2·26사건 주모자 15명 사형 집행, 1948년 연합군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7명을 한꺼번에 처형한 정도가 유사한 규모다.
국제앰네스티는 26일 “일본의 최근 사형 집행은 일본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못하고 개인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종교집단에 빠져드는 것을 방지하지도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조직 동아시아지부의 히로카 쇼지는 “몇주 만에 13명이나 사형을 집행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형 집행으로) 일본 사회가 더 안전해지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아사하라 교주 등 7명의 형이 집행된 지난 6일 주일 유럽연합(EU)대표부는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대사와 공동으로 대규모 사형 집행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희생자와 유족의 고뇌를 이해한다. 가해자의 테러 행위를 단호히 비난한다”며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상관없이 유럽연합과 아이슬란드, 스위스, 노르웨이는 극형은 반대한다. 사형은 범죄 예방 효과도 없다”고 비판했다.
옴진리교 교도를 교단에서 탈출시키는 운동을 하다가 신자들에게 습격을 당한 적이 있는 다키모토 다로 변호사는 26일 블로그에 “사형은 아사하라 교주 1명으로 충분했다”며 “역사에 남을 잔혹한 사형 집행”이라고 적었다. 지난번 집행 때 일본 민간 방송국 중에는 집행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사형수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며 보도한 경우도 있었다.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대규모 사형 집행을 강행한 데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성이 아키히토 일왕의 내년 퇴위를 앞두고 서둘러 집행했다는 시각이 많다. 헤이세이(아키히토 일왕 연호) 시대에 일어난 사건은 헤이세이 시대에 마무리하기 위해서 연호가 바뀌기 전에 사형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전쟁이 가능한 국가에-아베 정권의 정체> 등의 책을 쓴 기자 사이토 다카오는 지난 12일치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사형 집행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구경거리로 만들어 국가 권력이 강력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테러의 공포를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옴진리교니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형을 정치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이시바 시게루 의원이 국회 앞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 “테러와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체제에 반대하면 테러리스트로 본다는 권력자의 솔직한 말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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