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남부 폭우 피해 때 술자리를 벌여서 비난을 받았던 아베 신조 총리가 지역 정치인들과 비공개로 회식을 했다. 회식 자리에는 차와 주스만 나왔을 뿐 술은 제공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또다시 구설에 오르기 싫어 회식을 “극비 개최”한 것 아니냐고 짚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지난 25일 저녁 총리 관사에서 야마구치현 의원 등 30여명과 “논 알코올 회식”을 했다고 27일 전했다. 아베 총리 지역구는 시모노세키가 있는 야마구치4구다. 아베 총리는 현의원들과 도시락과 음료를 곁들인 회식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아베 총리는 회식 자리에서 “(폭우) 피해를 복구하고 이후 재해도 예방해야 한다”고 연설도 했다.
하지만 회식 사실은 한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참석자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도모다 다모쓰 야마구치 현의회 자민당 간사장은 기자들에게 “총리와는 만나지 않았다. 공저 견학을 했다”고 거짓말도 했다. 그는 회식 때 참석자들에게 인터넷에 회식 사진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도 한다. 일본 신문은 날마다 총리 동정란에 총리의 일정을 자세하게 보도하는데, 함구령 탓에 25일 회식 사실은 동정란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자민당의 젊은 국회의원들 및 주요 각료들과 술자리를 벌여 비판을 받았다. 당시는 서남부 폭우 피해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때로, 이 폭우는 22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대규모 재해로 번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부터 저녁에 음식점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있다. 11일에는 주요 폭우 피해 지역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를 찾았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