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 구난 비행정 US-2. 해상자위대 누리집
무기 수출에 대한 족쇄를 푼 일본이 방위장비 완제품의 첫 수출을 노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해상자위대가 운용하는 수륙양용 구난 비행정 US-2를 그리스에 수출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전했다. 수출에 성공하면 아베 신조 정부가 2014년 무기 수출을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발표한 이후 가장 가시적인 성과가 된다.
일본 정부가 그리스와 판매를 협의하는 US-2는 신메이와공업이 만드는 것으로 대당 100억엔(약 1000억원)대다. 항속거리가 4700㎞이고, 3m 파도에서도 물 위에서 뜰 수 있는 등 성능이 뛰어나다. 그리스 정부는 이 비행정을 개조해 소방용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2차대전 뒤 군사 대국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여러 원칙을 천명했다.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내각이 국회 답변을 통해 채택한 ‘무기 수출 3원칙’으로,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정부는 2014년 국제적 공헌을 할 수 있고 자국 안보에 기여한다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출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표방하고 관련 법률을 고쳤다.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천명 뒤에도 미국 등에 무기 부품은 수출했지만 그동안 완제품 수출은 없었다. 2016년에는 ‘소류급’ 디젤 잠수함을 오스트레일리아에 수출하려다 프랑스 업체에 밀렸다.
미국은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던 데는 재벌과 군부의 유착이 있었다고 보고 재벌과 군수산업 해체를 시도했다. 항공기 제조·판매를 전면 금지했고, 가와니시항공기 등은 업종을 바꾸며 민수 기업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은 일본 군수업체들에 전투기 수리 및 점검을 위탁했고, 52년 일본과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맺은 뒤 항공기 제조 금지령을 완전히 풀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전투기인 ‘제로센’과 9만1000t급 전함 ‘무사시’를 생산한 미쓰비시중공업은 미군의 점령 정책 변화에 따라 지금도 일본의 대표적 군수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와니시항공기에서 갈라져 나온 신메이와공업도 이번에 그리스로의 수출을 노리는 US-2 등을 제작해 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