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주도한 오나가 다케시 일본 오키나와현 지사가 8일 별세했다. 향년 67.
오나가 지사는 2014년 기노완시에 있는 미군 후텐마 비행장을 나고시 헤노코로 이전하는 것을 저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지사에 당선됐다. 췌장암으로 별세하기 직전까지 헤노코 이전 반대 운동을 이끌며 미군기지 반대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나하시 시의원, 오키나와 현의원, 나하시장을 역임한 오나가 지사는 원래 자민당 소속이었다. 그러나 후텐마 비행장을 오키나와 주민들의 염원을 무시하고, 현 밖이 아닌 북쪽 헤노코로 이전한다는 중앙정부의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사민당과 공산당 등 진보 세력뿐 아니라 자민당 쪽 인사들까지 아우른 단체인 ‘올 오키나와’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오나가 지사는 2015년 헤노코 기지 건설을 위한 연안 매립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승인 취소 결정을 내렸다. 아베 신조 정부는 소송을 제기해 맞섰고, 2016년 최고재판소는 아베 정부 손을 들어주었다. 일본 정부는 헤노코 기지 건설을 위한 연안 매립 공사를 지난해 초 재개했다.
그러나 오나가 지사는 숨지기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4월 건강검진에서 췌장암이 발견된 뒤 수술을 받고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헤노코 이전을 위한 해안부 매립 승인을 다시 철회하는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오나가 지사는 미군기지 이전 소송 과정에서 변론에 나서 “오키나와가 나라에 응석을 부린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일본이 (오키나와에 미군기지를 집중하는) 응석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중앙정부와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갈등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아베 정부는 정부 보조금 등을 무기로 헤노코로의 미군기지 이전에 우호적인 인물이 오키나와를 이끌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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