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까지 적용되는 일본 도쿄 최저임금 액수를 알리는 포스터.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최소 40%가 중앙 정부 목표치를 뛰어넘는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일본은 중앙 정부가 최저임금 목표치를 물가 수준을 고려해서 지방별로 나눠서 제시하면, 지자체 단위인 각 도도부현에서 이를 참고해서 각자의 사정에 맞춰서 최종적으로 인상액을 결정한다. 지자체들이 잇따라 정부 목표치보다 높은 금액을 최저임금으로 결정한 배경에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기준으로 전국 47개 도도부현 중 40.4%인 19곳이 정부 목표치보다 높은 금액을 택했다고 9일 전했다. 8일까지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해 정부에 신고한 곳이 43곳이기 때문에, 정부 목표치보다 많은 액수를 최저임금으로 택하는 지자체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결정된 최저임금은 10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한다.
앞서 지난달 24일 일본 중앙 정부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 폭으로 올린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후생노동성 산하 중앙최저임금심의회 소위원회는 일본 전역을 에이(A)부터 디(D)까지 4개 등급으로 나누어서, 도쿄와 오사카 같은 대도시권은 27엔 인상 그리고 오키나와와 후쿠시마 등은 가장 적은 23엔 인상을 제시했다. 전국 최저임금 목표치를 평균으로 따지면 3%(26엔) 인상된 874엔(약 8850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최저임금 책정 기준을 일당에서 시급으로 바꾼 2002년 이후 최대 폭 증가다.
올해 각 지방에서는 정부 목표치에 만족하지 않았다. 에히메, 사가, 구마모토, 오키나와는 중앙 정부 인상 목표치에서 추가로 2엔 더 올렸다. 정부가 가장 적은 23엔 인상을 제시한 지역 중에서 23엔만 올린 곳은 8일까지 한 곳도 없다. 중앙 정부 목표치를 뛰어넘는 액수를 결정한 지자체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4년 만이다. 중앙 정부 목표치를 뛰어넘는 최저임금을 결정한 지자체는 지난해엔 4곳뿐이었다.
지난 6월 도쿄 주오구 중국 음식점이 붙인 폐업 안내문.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폐업한다고 적혀있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액수를 정부 목표치 이상으로 올리는 이유는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지방보다 최저임금이 낮으면, 인구 유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6월 기준 일본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은 1.62로 4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는 가게나 회사들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일본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에히메현 경영자협의회는 “지방 중소기업에서는 경기회복 물결이 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폐업하는 경우가 늘 수 있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일하는 민간기업 노동자 비율은 약 5%다. 중소기업만 따지만 10% 정도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일본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 우선, 일본 경제 수준에 비해서 현재 최저임금이 높은 편이 아니다. 도쿄 최저임금은 현재 시간당 958엔이지만, 도쿄에서 시간당 1000엔 이하를 주고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도쿄에서 호텔업과 요식업을 하는 한국인 남성은 “보통 도쿄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려면 시간당 1000엔 이상 주고, 한 달에 1만엔 정도 교통비도 따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지방에 따라 기업들 체력과 물가에 나지만, 최저임금도 그만큼의 격차가 있다. 현재 기준으로 도쿄의 최저임금은 958엔(약 9700원), 오키나와는 737엔(약 7462원)으로 200엔 이상 차이가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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