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투사 잃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운동 갈림길에

등록 2018-08-09 17:43수정 2018-08-09 20:32

오나가 지사 8일 췌장암 사망으로 다음달 선거
오키나와 보수·진보 아우를 인물 마땅치 않아
선거 패배하면 미-일 20년 숙원막을 걸림돌 사라져
아베 정부, ‘기지 용인파’ 당선 위해 총력전 할 듯
2015년 오키나와의 한 행사에서 오나가(오른쪽) 지사와 아베(왼쪽) 총리. 연합뉴스
2015년 오키나와의 한 행사에서 오나가(오른쪽) 지사와 아베(왼쪽) 총리. 연합뉴스
“(후텐마 미국 해병대 기지의) 헤노코 이전 건설은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부담을 경감한다는 원칙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아시아의 긴장 완화 흐름에도 역행한다.”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현 지사는 6월23일 ‘오키나와 전쟁’ 종식 73돌을 맞아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 반대 이유로 ‘아시아의 긴장 완화’를 꼽았다. 두 달 전 발견된 췌장암으로 몸은 수척해졌지만,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으니 ‘평화의 흐름’에 일본과 오키나와도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키나와 현민들이 반대하는 미군기지 건설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오키나와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며 미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에 기둥 역할을 해온 오나가 지사가 8일 별세하면서 기지 반대 운동도 갈림길에 서게 됐다. 그의 죽음에 오키나와인들은 충격과 비통함을 표현하고 있다. 오나가 지사와 함께 기지 반대 운동에 앞장서온 이나미네 스스무 전 나고시 시장은 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 그를 대체할 인물은 없다”고 <오키나와 타임스>에 말했다.

지난 7월27일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위한 매립 공사 허가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오나가 지사. 병세가 깊어진 탓에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다. 나하/AP 연합뉴스
지난 7월27일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위한 매립 공사 허가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오나가 지사. 병세가 깊어진 탓에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다. 나하/AP 연합뉴스
그를 지지해온 야당들도 당혹감을 드러냈다. 쓰지모토 기요미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8일 “오나가 지사는 현민들의 폭넓은 신뢰를 받았다. 다른 사람으로 바꾸기 어렵다”며 다음달 치러지는 지사 선거에 내놓을 마땅한 후보가 없음을 인정했다. 오나가 지사가 숨지기 불과 몇 시간 전에도 공산당과 사민당 관계자들은 그의 재선을 지원하기 위한 모임을 열었을 정도다.

오키나와의 ‘보수 정치인’이던 오나가 지사가 자민당과 거리를 두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7년 발생한 ‘교과서 파동’이었다. 그는 당시 일본 정부가 2차대전 말에 일본군이 오키나와인들에게 강요한 ‘집단 자결’을 부정하는 교과서 검정 결과를 내놓자 “우리 선조들이 겪은 사실을 없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후 오키나와 중부 기노완시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이라는 악명을 얻은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밖이 아닌 북부 헤노코 해안으로 옮기는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운동을 적극 이끌어왔다.

그는 2014년 11월 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뒤엔 전임 지사가 승인한 기지 건설을 위한 매립 공사를 취소하며 중앙정부와 정면충돌했다. 2016년 12월 최고재판소가 중앙정부 손을 들어줬지만, 지난달엔 “매립 공사가 산호초 등 환경에 유해하다”며 승인 철회 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했다.

다음달 현지사 선거에 야권에선 쟈하나 기이치로 부지사 등을 내세우는 것을 검토하지만 무게감이 떨어진다. 기지 반대파가 패배하면, 헤노코 해안을 매립해 1800m짜리 활주로 2개와 미국 해병대 강습상륙함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271.8m짜리 접안 시설 등으로 구성된 미군기지를 만들겠다는 미-일 정부의 계획을 막을 방법은 사라진다. 이렇게 만든 기지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며 한반도에도 미군 병력을 투입하는 병참기지로 기능할 예정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9일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로 이전하는 것이 (미군기지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정부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