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본 도쿄 분쿄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관련 행사인 ‘김학순 (할머니)로부터 시작된 미투’가 열리고 있다.
고 김학순(1924~97) 할머니가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고발한 날을 기념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이틀 앞두고 일본 도쿄에서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일본 시민단체인 전시성폭력문제연락협의회와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12일 도쿄 분쿄구에서 ‘김학순으로부터 시작된 미투’라는 이름의 심포지엄을 열었다. 일본 시민사회가 주목한 것은 김 할머니의 고발과 한-일 양국 사회에서 진행 중인 미투 운동의 연속성이었다. 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미투 운동이 사회 운동 차원으로 발전한 한국과 달리 일본의 미투 운동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양징자 전국행동 공동대표는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이들은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의 연대 운동으로 이들은 운동가가 됐다. 이는 할머니들의 미투를 지지하는 ‘위드유’ 때문이었다. 현재 일본 사회엔 위드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기록해온 작가 가와타 후미코는 “(김학순 할머니의 고발이 나온 이듬해인) 1992년 다미(가명)라는 일본인 여성이 위안부 피해를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44년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그를 지바현 위안소에 넘겼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를 돕는 ‘위드유’가 없었던 탓에 다미 할머니의 미투는 확산되지 못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12·28 합의)를 구실로 범죄를 부정하거나 역사를 왜곡하지 말고 공식 사죄와 배상을 하라.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과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피해자 중심 원칙에 근거해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